☂[CEOin PREMIUM=기획팀 ]
사진평론가 김승곤의 사진 읽기
작품명: 이런 시간에는
사진 : 조풍연 作 (메타빌드(주)대표이사)
한국사진예술원 심화과정 제6기
화면을 중앙에서 가른 수평선 너머로 하늘이 녹아내립니다. 짙은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과 붉은 구름이 아직 물기가 남은 해변에 내려 앉고, 젖은 모래 위를 걷는 실루엣의 사람들이 푹신하게 깔린 보라색 구름 위를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파도가 빠져나가는 썰물 때의 해변에서는 지상의 모든 소리들이 사라지고, 꿈속과도 같은 아늑한 정적이 감돌고 있습니다. 갖가지 짙은 색으로 그라데이션을 이룬 정경이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원풍경을 그려놓은 것 같습니다.
황혼 무렵의 시간은 서둘러 달려갑니다. 하루가 끝나가는 바닷가에 서서 수평선 너머로 해가 잠겨 가는 모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늘과 바다의 색채와 밝기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는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미지의 다른 상태로의 이 빠른 변화와 이행이야말로 온 세상이 어둠으로 덮이기 직전의 시간의 본질입니다. 그것이 마지막에 다다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형체를 가진 모든 것들을 감싸버리고 마는 완벽한 어둠입니다. 누구나 그것이 밝음의 끝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석양을 바라보면서 그 짧고 황홀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감상에 빠지는 것입니다.
광각렌즈 특유의 과장된 퍼스펙티브와 멀리 떨어진 섬 쪽의 소실점을 향해서 수렴되는 보라색 구름, 하늘의 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해변의 물줄기, 모래 위에 드리운 사람들의 그림자, 아쉬운 듯 느리게 빠져나가는 파도, 습기 찬 바람과 식어가는 대기…. 기시감이라고 할까, 옛날 어디선가 본 듯한 바다 풍경에서 향수와 회한과 무상함을 느끼는 이런 시간에는 모리코네(Ennio Morricone)의 피아노(‘Playing iLove’)라도 들으면서 어둠이 내려앉는 것을 조용히 기다려보는 것도 어울릴 것 같습니다.
글 : 김승곤 (사진평론가, 국립순천대학교 전 석좌교수)
니혼대학교 사진학, 고려대학교 국문학 학사
저서 ‘읽는 사진’
한국사진예술원 SPC사진클럽은 국내 최대 CEO를 위한 사진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며 다양한 작품활동과 전시회를 개최 하고 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