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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100년기업 지속 가능 경영 해법 100년 기업의 비밀 DNA
  • 프로필이미지 편집국 편집장
  • 등록 2014-08-04 03:24:45
  • 수정 2023-05-06 17: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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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in PREMIUM=편집국 편집장]
 

COVER STORY -100년기업 지속 가능 경영 해법

       

100년 기업의 비밀 DNA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의 몰락

 

100년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 해법

   

브라질 월드컵에서 더 이상 한국팀을 볼 수 없게 됐다. 조별리그에서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16강전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맥빠진 경기(ESPN)’, ‘극히 실망스러운 모습(뉴욕타임즈)’, ‘페널티 지역에서 넘어지는 것 말고는 전략이 없었다(가디언)’ 등으로 축구대표팀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도 따끔했다. 브라질의 호세 마리아 축구협회장은 ‘선수 선발과 구성에 융통성이 없고, 예측하기 쉬운 뻔한    축구’라는 비교적 상세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 축구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인 가장 큰 이유는 상대편의 입장에서 충분히 예측가능한 축구를 했다는 점이다. 선수 선발과 구성에 구태의연한 학연이 의심됐고, 전략과 전술이 없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축구는 기본적으로 경기 시간 90분 동안 뛸 수 있는 체력과 함께, 공정하고 납득 가능한 선수 선발과 구성, 큰 전략을 세우고 세부적으로 전술적인 완성도를 높여가는 일이 중요하다. 게임 자체에서 본다면, 상대별 맞춤을 통해 효과적인 작전을 세우고 진행을 하면서 상대를 정확히 분석해 약점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부상이 있는 선수는 적절한 시점에 교체하거나, 공격수와 수비수의 숫자 조정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강하는 것은 코칭 스텝으로서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올해 브라질 월드컵을 관통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은 강한 압박과 템포 빠른 축구다. 정교한 패스 위주로 점유율을 높여가는 스페인의 조직 축구가 이전 남아공 월드컵의 대세였다면,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전체 구장 안에서의 강한 압박과 빠른 템포, 견고한 수비벽을 한 번에 뚫는 정밀한 롱패스, 눈부시게 빠른 속도가 대세가 됐다.

   

 

기업도 축구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고 내부요소의 적절한 분배와 통제가 될 때 이윤창출이라는 골을 얻음과 동시에 성공이라는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

 

이런 전 세계 흐름을 파악하고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서만 비로소 명문클럽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흔히, 유럽 축구팬들이 얘기하는 '명문 클럽'의 정의는 무엇일까?

 

단순히 한 두명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있고 좋은 성적을 꾸준하게 기록하는 것일까? 그것 뿐 만이 아니다. 다른 팀이나 선수들이 더러 그들의 전술이나 기교를 배우거나 흉내 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의 DNA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다. 독일이나 러시아의 그 어떤 선수가 호나우지뉴처럼 웃음기를 띠면서 공을 찰 수 있겠는가. 그것은 그들만의 그 구단만의 고유한 유전자이다. 축구는 다른 구단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창조성의 세계를 갖고 있다.

 

기업 역시 험난한 글로벌 생태계에서 지속가능 성장의 과실을 따기위해서는 부단한 혁신을 통한 그들만의 생존 DNA를 끊임없이 변화, 발전시켜야 한다.

 

이번 CEOin에서는 ‘100년기업 지속가능 경영 해법’ 이라는 기획으로 일류기업의 흥망 성쇠를 통해 그 해법을 지속가능 하게하는 해법을 찿아본다. 첫 이야기는 100년 기업의 흥망성쇠 그 이유와 해법-해외기업 편이다.

 

기획/취재 CEOin 특별기획팀 CEOinspecial@ceoinnews.com

   


 


 

기획 시리즈

 

1. 100년 기업의 흥망성쇠 그 이유와 해법-해외기업 편

 

2. 국내 기업의 성공사례 – 중견기업의 몰락과 부활- 국내 기업편

 

3. 지속가능경영 성공해법 – 제도적 해결 사례, 또 다른 해법 ‘도시 기업’

           


 


 


 


 


 







장수기업,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가치의 혁신  

축구 이야기를 조금 더하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축구 선수들에게는 그들만의 혹은 나라만의 고유한 팀 컬러가 있다. 날카로운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공 점유율을 높이고 경기를 지배하는 스페인의 ‘티키타카’, 스포츠를 예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프랑스의 ‘아트 사커’, 골키퍼를 포함한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전개하는 네덜란드의 ‘토털사커’, 강력한 빗장 수비를 바탕으로 강력하고 효과적인 공격을 하는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 축구’, 선수 개개인의 유연성과 현란한 개인기를 기반으로 하는 브라질의 ‘삼바축구’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모습도 축구와 마찬가지로 기업이나 민족의 특성에 따른 특유의 컬러가 있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조직문화라고 부른다. 문화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신념, 이념, 관습 등의 가치관, 지식과 기술 등을 부르는 말이다. 이러한 문화적인 개념을 기업이나 단체 등의 조직에 적용해 부르는 말이 바로 조직문화인 셈이다. 따라서 기업의 조직문화는 한 기업의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    신념, 관습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구현하는 지식과 기술을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한 기업이나 조직의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오랫동안 공유해온 기본적인 바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기업이 변화무쌍한 사회적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문화라고 불리는 기본적인 경영 방식을 제시하고 공격적인 부분에의 과감하고도 속도감 있는 투자, 수비적인 면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축구에서의 골처럼 이윤 추구는 기업의 존재 이유가 된다.

 

기업의 문화는 해당 기업의 정서와 사업의 진행 방향 등으로 나타난 특징을 잘 보여주고 기업 조직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한다. 이 조직문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변하거나 완성되어가면서 발달하면서 그 조직을 다른 조직과 구별되게 한다. 예를 들면, 휴렛 팩커드 하면 ‘개인에 대한 존중’, 듀폰의 ‘안전’, 애플의 ‘사용자 중심의 편의성’ 등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2012년 세계 100대 기업 중 61개 기업만이 10년 전에도 톱 100에 들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 기업이라도 그 중 40%는 불과 10년도 정상을 지키지 못한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1950년대 100대 기업 중 살아남은 곳이 10%도 되지 않는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최고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거나 사업이 변경되거나 업종을    축소한다는 뜻이다.

 

5년 전까지 휴대폰 시장을 석권했던 노키아의 점유율이 5%대로 줄어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느 기업이든 경쟁력을 상실하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세계적 기업의 잇단 몰락이 결코 바다 건너 다른 나라들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경제는 이미 호흡을 같이하는 시대에 소니, 코닥과 필립스, 모토로라, 노키아의 흥망성쇠의 교훈을 우리 기업들이 직시해야 한다.

 

10년 뒤, 혹은 20년 뒤 경제 환경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의 많은 연구소들과 전문가들이 다양한 예측을 쏟아내지만,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는 빠르고, 방향성은 일정하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특히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장수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꼭 가져야 할 기업가 정신이 있다. 우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가치를 혁신하는 것을 기업 경영의 지침으로 삼아야한다. 21세기 지식경영에서 변화를 선도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기업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이처럼 기업이 살아남느냐 몰락하느냐는 기업이 경영에 혁신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렸다.

 

20년 전인 1995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논란의 시작이 될 칼럼을 실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 클리포드 스톨이 쓴 기사 제목은 ‘인터넷? 말도 안 돼!’였다. 디지털 전도사로 불리던 MIT 미디어랩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앞으로 책과 신문을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시대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며 디지털 혁명을 예고한 무렵이었다.

 

클리포드 스톨은 이 칼럼에서 “인간적 접촉 없이 인터넷을 통해서는 누구도 물건을 구매하지 않을 것”, “인터넷을 통해 송금하는, 소비자에게 믿을만한 방법이 있다 해도 판매원이라는 자본주의의 필수 요소가 빠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친절히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 이후, 급속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던, 인터넷 상거래 시장인 아마존, 옥션 등이 승승장구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성공시켰으며, 그 여파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칼럼을 실은 뉴스위크는 2010년 단돈 1달러에 매각되는 불행한 사태를 맞았다.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잘못된 예측과 경영자의 의사 결정은 기업의 운명을 정한다. 지금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기업도 10년 뒤 혹은 그 이후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핀란드를 세계적인 IT 국가로 만들었던 노키아, 일본의 자존심이라고 불렸던 전자 회사 소니, 포터블 게임의 대명사 닌텐도, 휴대전화의 원조 1등 모토로라 등 선두를 지키던 기업들이 몰락의 길을 걷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휩쓸렸다. 그만큼 헤쳐가야 할 우리 경제의 미래도 밝지만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3년 경제전문가 7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는 당시 분위기로 봐서는 충격적이었다. 10년 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62.5%가 ‘2% 초반’에 그칠 것이라고 답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3% 중반대인 잠재성장률을 임기 말인 2017년에 4%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목표와는 엇나가는 예상이었다. 10년 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3만5,000달러에 머물 거라는 답변이 62.5%를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이었고, 정부가 계획하고 있던 4만 달러를 넘을 거라는 예상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은 더 암울하다. 국제통화기금은 노동 부문과 서비스부문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우리나라의 10년 뒤 잠재성장률이 2% 안팎까지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20년대에 마이너스로 바뀔 거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모든 내용이 불분명한 전망이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분명한 건 있다. 남북통일 등 경제의 큰 변수가 등장하지 않고 혁신적인 변화가 없다면 우리 경제의 급속한 성장을 가져온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기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선진국 문턱이 가까워오면 올수록 특단의 돌파구가 없이는 성장세 둔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되었다.

 

기업과 사회를 둘러싼 경제 환경만 어두운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점점 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주력산업은 중국이나 아시아의 다른 나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로, 양적 성장이 한계에 달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력산업의 한계시점이 10년 후나 그 이내에 닥칠 거라는 답변이 위 설문조사에서 무려 61.1%에 달했다.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견도 15.3%나 됐다.

 

기업간 치열한 경쟁을 하는 사회 환경도 점점 더 복잡해진다. 핵심적인 기술을 이용한 부속품을 다른 기업에서 가져와 창조적인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업종의 벽을 넘어서 협력과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경쟁 구도가 생기기도 한다.

 

애플의 아이폰의 경우, 경쟁자들이 시시각각 위협해오고 있고, 새로운 기술을 내놓으면 금방 유사한 기술이 넘쳐 난다. 지금은 스포츠 의류업체 나이키가 아디다스나 퓨마가 아닌 게임업체 닌텐도를 경쟁자로 설정하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 GM이 개발한 소형차를 중국 기업이 모방하는 데 불과 1년밖에 걸리지 않는 시대다. 고객의 요구도 자주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고객의 정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변화를 준비하고, 조직이나 성장 과정을 혁신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코닥과 노키아, 소니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경영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라는 책에서 기업 몰락의 과정을 다섯 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고(1단계), 자만심은 더 많은 욕심을 내게 되고(2단계), 욕심에 눈이 멀어 위험을 부정하고(3단계), 결국 극약처방을 내리지만(4단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5단계)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들도 지금 이 5단계의 어딘가에 속해있는 건 아닌지, 혹은 앞으로 몇 년 내 이런 단계에 진입하게 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점검해봐야 한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걸 극복하는 건 기업의 몫이다. 우리 기업들은 과연 얼마나 미래를 준비하고 불확실성과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고 있고, 전문가들도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는 이 시대에서 기업은 어떻게 혁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혁명적 변화를 일으킨 애플처럼 새롭고 혁신적인 시도들을 계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최고의 자리에 있는 애플이나 한국 기업의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도 영원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다른 혁신적인 기업에 의해 몰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이렇게 급박하고 불안전한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자만심을 가지고 현실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항상 위기감을 가지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과 지식을 습득하며, 노력하는 자세로써 혁신적인 노력을 계속 해서 해야 한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일본의 소니나 핀란드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거대 공룡 노키아도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었다. 세계최고의 기업들의 한순간에 몰락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세계최강의 기업이라도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망하게 된다는 당연한 진리를 기억해야 한다.

   

소니, 전자업계 1등 공룡의 몰락

 

한때 가전업계에서 세계적인 브랜드였던 소니는 최근 TV 사업을 분사하고 PC 부문을 매각하면서 5000여 명의 인원을 감축하는 결정을 내리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른바 소니의 몰락은 세계 여러 전자업체와 기업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2012년, 소니와 파나소닉의 국제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으로 판단되는 정크 수준으로 추락했다. 소니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경제 부흥의 상징이자 전자산업을 선도한 일본의 자존심이었다. 그러기에 소니의 추락은 단순한 경제적 차원을 넘어 일본은 물론 전세계 경제계에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창의적 경영과 혁신적인 기술로 세계시장을 호령했지만 변화된 정세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자업계의 거대공룡인 소니를 몰락하게 한 원인은 무엇일까? 소니의 CEO였던 하워드 스티링어는 “사일로(silo)가 너무 많아 소통하기 힘들었다”는 말을 했다. 전후 폐허가 되었던 일본 경제를 일으켜 세웠던 것은 전제주의에 가까운 소니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였다. 사일로는 탑형의 곡류저장고를 말하는데, 곡류 저장고는 다른 곡류 저장고와 함께 사용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른바, 부서간, 업무간 혹은 타 사업과의    융합이 어렵다는 점이다. 즉 조직의 부서들이 다른 부서와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자기 부서의 이익만 추구하기 쉬운 환경이었다는 점이다. 축구로 따지자면 한 가지 방식만의 전술과 전략으로 90분 내내 경기를 한 것과 같다. 즉, 변화하는 기업의 경영 전선에서 패쇄적인 조직문화만 고수하다가 추락한 것이다.

 

석유 파동이 끝나고 세계 경제가 세계화라는 본격적인 기지개를 켤 무렵인 1980~90년대 전자업계는 소니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니라는 브랜드 파워에만 의존한 제품들만 내놓으면서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주도하거나 따라가지 못했고 오히려 후발주자였던 삼성이나 LG 등에 많은 부분 시장을 내줬다.

 

2004년은 소니가 첫 영업 손실을 기록한 해다. 소니를 비롯한 일본의 기업들이 지나치게 방대한 사업을 벌이기도 했고 산업 패러다임의 격렬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소니로 대표되는 일본의 전자 산업은 반도체, TV,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등 여러 전자기기 분야에서 최고의 품질과 가격과 판매량을 올렸다. 소니는 1등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었다. 일본 기업들은 수익이 잘 나는, 이른바 잘 되는 사업을 유지하는 데만 주력할 뿐 첨단 소재 개발과 기술의 개발, 소비자의 소비 패턴의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셈이다. 경영학계의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이 본격 시도된 1990년대 들어 반도체와 액정디스플레이(LCD)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부족했고, 전통적인 사업모델을 고수하면서 산업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2001년 애플이 아이팟을 출시하며 MP3 플레이어 시장을 열어 전자산업계의 새장을 열었을 때에도 소니는 오랜 시간 워크맨과 미니디스크(MD) 플레이어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사업 분야인 TV 부문에서도 1990년대 후반 개발한 트리니트론 방식의 브라운관 TV에 머물러 평면 LCD TV 제조를 중지하고, 새로운 브라운관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부분이 패착이었다.

 

소니와 함께 LCD의 원조로 불리는 샤프도 마찬가지였다. 샤프는 한때 LCD 패널을 소니나 마쓰시타에 공급하길 거부했고, 이 때문에 소니는 LCD 패널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아야 했다. 이 당시 샤프는 2011년 회계연도 기간인 4월부터 이듬해 3월 동안 3760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니와 샤프 등 일본 기업이 고전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빠르게 성장을 이어갔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전자 기업들이 연평균 4.3% 성장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22.5%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일본 기업들이 방만하게 사업을 벌인 것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특정 제품에 주력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 메모리, LCD, 디지털TV, 휴대전화 등의 4대 주력 품목에서 현재 세계 1∼2위를 달리고 있다. 이 당시의 집중 투자와 끊임없는 개발 전략, 연구 투자에 힘입어 한국 기업은 1993년 메모리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했고, 2002년에는 LCD, 2006년에는 TV 분야에서 일본을 앞질렀다.

 

소니는 2012년, 전자분야에서 1조 4천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손실을 기록했고 그해 말에는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로부터 세 단계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우려스러운 흐름은 2013년에도 계속돼 3분기 연속 적자로 연결됐다. 전통 가전제품에서 제법 긴 시간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소니는 결국 거대공룡의 몰락이라는 평까지 듣게 된 것이다.

 

소니 같은 거대 기업의 몰락에는 리더의 실책도 중요하다. 소니의 4대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은 잘못된 사업 확장으로 기업을 위기에 빠뜨렸다. 사업 영역에 대한 판단에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영화와 게임,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투자를 대규모로 확대했다. 기업의 근간이 되는 하드웨어에 엔터테인먼트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더한다는 계산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하드웨어인 기업의 핵심 기술을    등한시했다. 기업의 입장에서 시장에서의 판단 미스에 대한 댓가는 잔인했다. 기본이자 가장 큰 잠재적 성장 시장인 음악 산업에서 애플의 아이팟에 완전히 뒤지는 결과를 낳았다. TV 부문도 큰 차이는 없었다. TV 부문의 핵심인 LCD 패널에 대한 투자시기를 제대로 잡지 못해 투자 타이밍을 놓치며 경쟁력을 잃었다. 현재는 후발 주자라고 생각했던 삼성전자에게 LCD 패널을 공급받는 실정이다. 힘을 쏟았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뚜렷한 수익    상승이라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전자사업까지 쇠퇴하면서 결국 사임에 이르게 된다.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의 뒤를 이어 5대 CEO 자리에 오른 이는 외국인 수장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이다. 최초의 외국인 회장인 하워드 스트링거는 2005년에 취임해 2013년 6월 CEO 자리에서 물러날 때가지 소니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가장 실패한 부분은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 베텔스만과 공동 투자해 만든 소니BMG의 CEO 앤드류 랙이 독단적인 경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베텔스만은    교체를 요구했지만 스트링거 회장은 자신의 측근을 감싸기에 급급했다. 사외이사회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15명의 사외이사 중 13명을 기술과 무관한 비전문가로 꾸려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진 것도 큰 원인이 됐다. 경영 효율화를 외치며 지속적으로 엔지니어를 정리해고하고 핵심 인재를 잃은 소니는 혁신의 유전자를 잃으며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소니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TV 부문에서는 8년 연속 적자를 내자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은    책임을 지고 최고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코닥과 필립스

 

변화된 지형에 대한 어긋난 인식

 

1833년 미국에서 조지 이스트먼에 의해 설립된 이스트먼 코닥(이하 코닥)은 카메라와 필름 제조의 대명사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130년이라는 전통이 무색하게도 2012년 1월 파산 보호 신청을 했고, 2013년 9월에는 필름 및 카메라 사업부를 매각함과 동시에 ‘인쇄의 기술적 지원, 전문가들을 위한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업으로 기업의 슬로건을 바꿨다.

 

1975년 코닥의 전자 사업부 엔지니어였던 스티브 세손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코닥은 이 디지털 카메라가 향후 아날로그 필름 시장 전체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상용화를 중지시키는 악수를 뒀다. 필름 시장의 붕괴를 우려해 간간히 디지털 카메라의 시험작만을 출시하며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을 억지로 늦추려는 시도까지 했다. 이러한 억제 전략은 20여 년간 이어졌지만, 1998년,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성을 예측한 일본 카메라 기업들이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필름 카메라는 급속도로 사장되기 시작했다.

 

코닥은 한때 세계 초일류 기업 반열에 올라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스마트폰 출현 등 급격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맥없이 무너졌다. 뒤늦게 상업용 인화전문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등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필름업계의 선두주자였던 코닥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추락하게 되었을까?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할 정도의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핵심 사업인 필름 분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 하고, 환경 변화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코닥은 1881년 창업 이래 필름과 사진기술의 대표기업이었지만 파산 보호신청을 하게 됐다. 한때 미국 필름시장의 90%를 석권했지만 급속한 디지털화로 대부분의 시장이 무너졌다.

 

문제는 코닥이 이 같은 디지털화의 흐름을 전혀 모른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롤필름과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개발한 것도 코닥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코닥은 약 130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장수 기업으로 한때 16만 명의 직원을 둔 거대 기업은 과거 아날로그 카메라 필름 시장을 이끌어왔다.

 

코닥은 2006년 캐논ㆍ소니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했지만 2010년에는 니콘ㆍ삼성 등에 밀려 7위로 떨어졌다. 마침내 코닥이 생산을 중단하게 된 것은 캐논ㆍ소니뿐만 아니라 니콘ㆍ삼성 등 경쟁업체가 디지털카메라시장에서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닥 몰락의 원인은 미래의 변화를 알면서도 당장의 양호한 수익모델에 집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실질적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유럽 전통의 전자업체 필립스도 비슷한 결정이 내려졌다. 120년 역사의 필립스가 헬스케어와 조명 전문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회사 상징인 전자 간판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회사명도 로열필립스전자에서 전자를 뺀 로열필립스로 바꿨다.

 

전구회사로 시작한 필립스는 세계적인 오디오 가전 기업으로 최고의 명성을 날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콤팩트디스크(CD)와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평면 TV 등 신기술로 무장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밀려 위기를 맞았고 마침내 심장부인 전자 부문을 도려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모토로라의 자만심, 변화를 맞다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다 2011년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 잘 나가던 모토로라가 문제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모토로라 경영진은 당시 투박한 냉장고를 연상케했던 디자인을 과감히 탈피해 조개껍질을 본떠 만든 디자인의 ‘스타텍’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문제는 당시 무선통신 시장이 디지털 기술로 이동하고 있는데 스타텍은 아날로그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영자 중 한명은 디지털로의 변화를 가볍게 보면서 “4300만 명의 아날로그 고객이 있는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모토로라는 이동통신 업체들에 대해 ‘스타텍 단말기를 단독으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라’는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스타텍 흥행 성공에 힘입어 앞날을 보는 눈이 어두워진 모토로라는 시장과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던 1위 휴대폰 제조사 모토로라는 1999년에 점유율 17%까지 추락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경영사상가로 존경받는 짐 콜린스는 이를 두고 “모토로라는 성공으로 인해 자만심이 생겨나는 몰락의 처음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선도기업 경영자는 성공에 취해 자신만의 ‘성공 방정식’에 빠져든다. 이러다 보니 혁신적이거나 앞서가는 생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향에 빠져든다. 자기 생각에 옳다고 여기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짐 콜린스는 기업이 몰락하는 단계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형태의 자만을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고가 될 수 없는 분야에 뛰어드는 오류, 부정적 결과가 뻔히 보이면서도 과감하게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 자만에 빠진다. 그중에서도 경계할만한 자만은 오만하게 기존 사업을 방치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노키아와 샤프의 지나간 전성시대

 

1989년 노키아는 시장을 이끌던 모토로라를 누르고 세계 1위가 되었다. 노키아는 경영의 모범 사례로 제시되면서 세계적인 배우기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20년이 넘게 지키던 1위 자리를 삼성에게 내주게 되었고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가치는 계속 추락하고 주가도 전성기의 20분의 1로 떨어졌다.

 

노키아 출신의 경영 컨설턴트인 토미 에이호넌은 노키아의 몰락에 대해 두 가지 원인을 들고 있다. 조직이 관료화하면서 혁신이 사라지고 비용절감에만 신경을 썼다는 점과 기존 제품인 심비안을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시키지 못하고 주력으로 삼던 윈도우폰을 시장에 늦게 내놓은 점을 꼽고 있다. 이와 함께 CEO로 모험적인 인물을 데려오지 못한 것도 들 수 있다.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입을 하는데, 관료주의에 젖어 있던 행정형의    지도자는 방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노키아는 유럽 휴대폰 시장 맹주로 군림했고 아시아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노키아는 미국 시장이 요구하는 휴대폰을 잘 만들지 못했고 점유율이 계속 하락했다.

 

세계 1위 휴대폰 기업 노키아 몰락을 가져온 원인은 무엇일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노키아 몰락은 매우 단순한데서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노키아의 최대 패착은 미국 시장 간과다. 노키아는 매우 훌륭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보유하고 혁신의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시장 전략에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2000년대 당시 미국서 가장 유행하던 휴대폰은 폴더폰이었다. 모토로라는 폴더폰 스타일 ‘레이저’로 제2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노키아는 바 형태 휴대폰만 고집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틈새를 비집고 미국 이통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폴더폰을 내놓고 노키아를 밀어냈다. 미국에서 노키아 입지는 더욱 위축됐다. 이는 노키아가 애플과 구글 성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며 미국 스마트폰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기 시작했지만 노키아는 큰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노키아에게 미국은 중요 시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애플 파급력을 체감할 수 없었다.

 

노키아는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무시하면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 애플과 구글 파도가 밀려올 때 자체 플랫폼인 심비안에 너무 오래 매달렸다. 노키아는 심비안을 최고의 스마트폰 운영체계라 주장하며 경쟁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이폰 쇼크로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했지만 노키아는 꿈쩍하지 않았다. HTC는 재빨리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여 스마트폰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삼성전자는 이보다 늦었지만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스마트폰 1위에 올랐다. 2010년 노키아는 심비안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미 대세는 안드로이드로 기울었다.

 

위기에 몰린 노키아는 생존을 위해 결국 심비안을 버렸다. 하지만 실책은 또 반복됐다. 차세대 플랫폼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택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애플과 구글이 빠르게 혁신을 거듭하며 개발자들을 끌어들였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대응이 느렸다.

 

노키아가 내놓은 윈도폰은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윈도폰 생태계가 미흡한데다 하드웨어 성능도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뒤졌다. 노키아는 독자생존에 실패하고 마지막 카드를 뽑았다. 마이크로소프트에 회사의 핵심인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했다.

 

최근에 몰락한 기업으로써는 일본 전자업체 샤프가 있다. 심플한 디자인에 해가 지날 수록 전자사전의 기능을 갖춤은 물론이고 포토앨범이나 사진, 동영상, 펜 인식 등 다양한 기능으로 전자사전에서의 최고로써 자리매김 하였다.그러나 요즘시대에는 더 좋은 기기들이 많이 생기면서 샤프는 그때만큼은 전성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샤프는 몰락하게 되었다. 샤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소니나 핀란드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거대    기업 노키아도 몰락하게 되었다. 세계최고의 기업들의 한순간에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세계최강의 기업이라도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망하게 된다.

   

몰락한 기업, 희망의 밑거름 되다

 

미래를 위한 부활, IT의 산실로 거듭 나

 

블랙베리와 노키아 등 한때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았던 IT 기업들이 몰락한 후 벤처 창업에 밑거름이 되는 경우도 있다. 블랙베리와 노키아 출신의 인재들이 벤처 창업에 나서 수백 개의 새로운 작지만 강한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탄생하고 있다.

 

올해 4월17일, 로이터통신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시에 최근 벤처붐이 일어나며 제2의 실리콘밸리에 도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베리 본사가 위치했기 때문이다. 한때 휴대폰 부문에서 세계 선두였던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리며 경영이 급속히 악화돼 지난 2008년 800억 달러에 달했던 기업가치가 지금은 40억 달러로 터무니없이 낮아졌다. 기업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절반이 넘는 직원들이 해고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블랙베리의 유전자를 가진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벤처 업계에 뛰어들며 워털루와 인근의 키치너시 등 두 도시는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 지역에서 450개의 새로운 기업들이 설립됐다. 이는 2009년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이들 중 상당수는 블랙베리 출신이다. 블랙베리에서 13년간 근무하다 2011년 퇴직한 테이크 벨셔는 삭제 데이터를 복구하는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매그넷포렌직을 설립했다. 그는 “블랙베리의 성장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수많은 경험을 축적했다”며 “이를 토대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워털루대의 래리 스미스    교수는 “블랙베리가 몰락하면서 풍부한 인적자원이 벤처 업계에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이 왕성하게 이뤄지면서 벤처 투자금도 몰리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50만 달러에 불과했던 벤처 투자금이 지난 4월 말에는 2억3,500만 달러까지 급증했다.

 

지역경제도 살아났다. 워털루 지역의 실업률은 2010년 8.3%였으나 지난해는 6.5%까지 내려갔다. 이는 캐나다 평균 실업률 7%보다 낮은 수준이다. 사무실과 주택 수요가 늘면서 부동산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람보르기니·페라리 등 고급 승용차를 쉽게 볼 수 있고 고층 고급주택과 음식점도 크게 늘어났다”고 레인 크루그먼 커뮤니테크 CEO는 말했다.

 

캐나다의 블랙베리와 비슷한 사례는 핀란드의 노키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노키아가 강소 벤처의 자양분이 된 것이다. 한때 핀란드 전체 법인세의 20%를 담당했던 노키아가 몰락하자 국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됐다. 그러나 노키아 출신 인재들이 IT벤처 창업에 대거 나서면서 앵그리버드, 휴대폰 제조업체 욜라 등의 강소기업들이 등장했다. 잘나가는 거대 공룡 노키아에만 몰렸던 인재들이 자신만의 기업을    만들거나 찾으면서 수천 개의 작은 노키아가 육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일이 일어난 배경에는 핀란드와 캐나다의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육성, 민관 연계 벤처 창업 인프라, 강소기업 육성제도 등이 크게 작용했다. 캐나다 정부는 1억8,300만 달러의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노키아는 퇴직자들에게 창업 종잣돈뿐 아니라 은행대출 알선, 기술개발까지 지원하는 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해 1만4,000명의 퇴직자가 1,000개의 신생기업을 설립하는 데 밑거름을 제공했다.

   

나이키와 아이팟, 융합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법칙

 

신상품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던 나이키의 직원들은 조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고, 조깅하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아이팟 사용자의 50%가 음악을 들으며 조깅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이키는 애플과 협력해 ‘나이키 플러스 스포츠 킷’이란 신상품을 출시했다. 운동화 밑창에 달린 센서로 러너의 속도를 측정하고, 이 기록을 아이팟과 아이튠즈에 연동했다. 이 제품을 출시하고 나이키는 전체 러닝화 시장에서 13%의 성장세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나이키는 자사의 디자인에 IT를 접목해 체질 개선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팟과 운동 데이터를 접목하는 발상은 IT 트렌드와 기록 측정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를 포착한 데서 나왔다. 나이키는 입을 수 있는 컴퓨팅 기술인 ‘나이키플러스’와 ‘퓨얼밴드’로 종합 스포츠 의류회사에서 애플을 능가하는 혁신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필립스는 또다른 의미의 부활을 알렸다. 기업 현안과 미래 시장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업개편으로 부활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전자제품 시장 경쟁 과열로 2000년대 초반 3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던 필립스는 선택과 집중으로 지난해 2900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인구 고령화 조짐을 파악하고 의료기기 분야에 집중해 친환경조명과 소형가전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반도체와 LCD 사업은 과감히 집어던졌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다면 어려운 일이다.

   

성공한 기업에 있는 통찰력

 

성공한 기업의 비결은 뭘까. 명확한 목표 설정과 실행력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선택과 집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리더십을, 다른 어떤 이는 조화로운 기업 문화를 꼽는다. 이와 함께 시기적절한 인수합병(M&A)도 성공을 이끄는 요소 중 하나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혹은 위기를 겪다가 혁신에 성공한 기업에도 저마다의 성공 요인이 존재한다. 필립스는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고, 넷플릭스는 발상의 전환으로 대형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나이키는 영역파괴와 융합 기술로, 퀄컴은 초지일관하는 사업 기조로 혁신에 성공했다.

 

각각의 사업 분야와 성공 스토리는 다르지만 이 기업에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현상을 파악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다. 현재 기업이 처한 상황과 고객의 요구를 꿰뚫어보고 미래 환경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은 기업 성공의 필수 요소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비즈니스를 확대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해당 분야의 성공 가능성이다.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미래에 얼마나 각광받을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잘 나가는 사업이라도 언제까지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기업 환경은 시간이 갈수록 급변한다. 고객 성향은 매일매일 달라지고 기술 트렌드도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굳이 노키아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현실에 안주하는 기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넷플릭스와 나이키는 경쟁사보다 뛰어난 통찰력을 갖췄기 때문에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넷플릭스가 경쟁사였던 초대형 DVD 업체 블록버스터를 파산에 이르게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DVD 시장 현황과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하게 간파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소비자들이 번번이 대여점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 적잖은 연체료 불만이 DVD 시장의 문제점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온라인 스트리밍을    선택한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경영과 수익률의 위기에 빠진 기업일수록 통찰력은 힘을 발휘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려면 위기에 빠진 원인을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시장 현안과 고객의 미래 요구까지도 내다볼 수 있어야 상황 반전이 가능하다.

 

통신 반도체 시장 1위 퀄컴이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 특허 소송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연구개발과 과감한 투자 덕분이었다.

 

세계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는 저서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에서 ‘혁신의 조건은 통찰력과 실행력에 있다’고 밝혔다. 기업 환경에 필요한 통찰력은 타고난 재능보다 분석력에 기초한다. 시장 흐름과 변화를 파악하고 고객 요구를 감지한 후 취합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혁신을 추진할 때 성공은 찾아온다.

   

(박스 1)

 

세계적 경제학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에서 기업의 몰락을 5단계로 설명한다. ①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고 ②자만심은 더 많은 욕심을 내게 되고 ③욕심에 눈이 멀어 위험을 부정하고 ④결국 구원을 찾아 헤매면서 극약처방을 하지만 ⑤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은 이런 몰락 과정을 한층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 창업에 성공한 중소·중견기업인들은    ‘샐러리맨 신화’의 실패사례가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월마트보다 4년 빨리 마트 시장에 진출한 에임스는 ‘소도시와 시골에 기반을 둔 대형할인점’이란 사업모델로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었다. 에임스는 1988년 백화점 ‘자이레’를 인수하면서 망가졌다. 30년간 ‘시골’을 겨냥해온 사업모델이 ‘도시’로 바뀌면서다. 결국 파산했다.

 

인재를 확보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수익을 늘릴 수 없다는 ‘팩커드 법칙’을 깨는 것이 2단계의 징후다. 무능력한 사람을 핵심 자리에 앉히고, 인재가 나간 자리는 관료주의가 더욱 심화된다. 결국 딱딱하고 관료적 문화는 한때 위대한 기업을 꿈꿨던 회사를 평범함이라는 질병에 감염시킨다.

 

짐 콜린스는 “3단계에 접어들면 내부에 경고가 증가하지만, 외부 성과가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에 우려를 크게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영진들은 부정적인 데이터를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남 탓을 하게 된다.

 

④단계에 들어선 기업들은 단번에 사태를 역전시킬 수 있는 묘안을 찾아 나선다. 입증되지 않은 기술에 베팅하기, 전혀 새로운 신제품에 의지하기, 합병 대상 찾기, 구원을 약속하는 컨설턴트 고용하기, CEO 바꾸기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극약처방은 반짝 효과에 그친다.

 

짐 콜린스는 "운과 기회는 성공의 중요한 요인인데, 자기 능력과 장점을 과대평가하면서 자만에 빠진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다. 짐 콜린스는 “1~4단계까지 거치며 현금이 계속 고갈되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운명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성공할수록 현금 확보에 대한 개념이 없어지지만, 정작 기업은 ‘수익 부족’이 아닌 ‘현금 부족’으로 몰락한다는 설명이다.

   

(박스 2)

 

스콧켈러 맥킨지 시니어 파트너, 6월 25일 대한상의 강연

 

포부(Aspire) → 평가(Assess) → 설계(Architect) → 실행(Act) → 전진(Advance)

 

달성가능한 목표 세우고, CEO 스스로 변화 노력해야

       

글로벌 성공 기업의 높은 성과 창출의 비결은 ‘5A’에 있었다. 위기를 극복하고 승승장구 중인 코카콜라, P&G, 웰스파고의 조직건강 관리비결도 포부(Aspire), 평가(Assess), 설계(Architect), 실행(Act), 전진(Advance) 등 5단계로 이뤄지는 변화프로세스를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시니어 파트너이자 ‘차이를 만드는 조직’의 저자인 스콧 켈러는 25일 서울 세종대로 상공회의소회관에서 열린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는 조직비결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스콧켈러는 이날 강연에서 “지속성장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당장의 목표 달성에만 연연하는 탓에 조직건강에 대한 투자를 간과하고 있다”며 “지속성장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성과뿐만 아니라 조직 건강도 적극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조직건강 관리비법은 5A다. 일단 첫번째 단계는 포부(Aspire)를 갖는 것. 포부는 비전과 목표수립, 조직 건강에 대한 바람직한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다. 다음은 조직의 목표 달성 역량을 가늠하고 조직 건강의 핵심인 의식구조를 평가(Assess)한다. 평가가 완료되면 성과향상을 위한 구체적이고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조직건강 향상을 위한 모델을 설계(Architect)한다.

 

3단계 접근법으로 조직 변화를 위한 과제 설정을 마쳤다면 본격적으로 과제를 실행(Act) 한다. 지속적 향상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중심 잡힌 리더십을 통해 지속적 변화를 유도하는 전진(Advance) 단계가 마지막이다.

 

스콧 켈러는 “금융, 유통, 광산, 통신업 등 다양한 업체에 5A 프레임을 적용해 변화를 추진한 결과 기존 변화 프로세스에 비해 모든 업체에서 성과가 두 배 가까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5A를 적용하는 데 주의할 사항도 있다. 그는 “너무 멀지 않은 중기적 미래에 집중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라”고 당부했다. 또한 “자기 조직에 맞는 방법으로 조직건강을 가늠해야하며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CEO의 역할도 강조했다. 스콧켈러는 “직원들이 변화에 확신과 믿음을 갖기 위해서는 CEO 스스로 변화하고 노력해 조직 구성원과 조직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현황

 

1938년 삼성상회로 시작해서 글로벌 기업으로 자라난 삼성. 능력 위주의 인재 등용과 신상필벌을 강조하는 삼성의 기업문화는 창업자들이 일하는 스타일이나 가치관이 기업의 성장 과정에 녹아들어 조직의 행동 규범과 상징, 경영이념으로 승화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삼성에 비해 현대는 조금 다르다. 목표가 정해지면 앞만 보고 달리는 불도저형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이유도 창업자의 경영 스타일에 기업의 조직 문화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신들의 조직문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해 그들에게 알맞은 방식의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문화가 언제나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조직문화가 기업을 발전시키는데 족쇄가 되기도 한다. 매경기 상대가 바뀌는 스포츠인 축구와 마찬가지로 기업을 둘러싼 환경도 언제나 변하기 때문에 기업을 경영하는 혹은 사회적인 환경이 변했다면 기업의 조직문화도 변화시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약 320만 개에 달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평균수명은 12.3년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이 5년 이상 존속할 확률은 24%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 기업의 평균수명은 35.6년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평균수명보다 3배 길다. 일본에 세계 최고의 장수기업인 ‘곤고구미’는 사찰 건축 전문회사로 1437년째 운영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창업 200년을 넘는 장수기업이 1600개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수명이 짧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우리나라 기업 변천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발견할 수 있다. 맨손으로 시작해 10년 안에 굴지의 기업이 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기업도 부지기수다. 영원히 빛날 것만 같던 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그 자리엔 새로운 기업들이 자리를 대신했다. 창업보다 지속이 어렵다는 말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한 기업은 생존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몰락하는 것이 기업 세계의 비정한 생리다.

 

최근에는 오랜 기간을 버틴 장수기업이 역사가 짧은 기업보다 전반적인 경영성과가 우수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장수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설립 30년이 넘은 장수기업의 안정성 생산성 성장성 등을 나타내는 지표가 설립 30년 미만의 비장수기업보다 좋다고 나타났다.

 


 

 

본업이 걸어왔던 길을 지키면서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선택과 집중, 도전을 통해 질적 성장을 유지해 온 것이 장수기업의 비결이다. 이런 가운데 주력 제품과 서비스의 끊임없는 개선을 통해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어내고 100년 기업을 향해 뛰고 있는 업력 30년 이상 중소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며 업계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인천의 물류기업 공성운수는 1950년대 물류 황무지에서 출발해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6·25전쟁의 와중에 운송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2014년 현재 카고 및 덤프트럭, 트랙터와 사료운반차 등 280여 대의 대형 및 특수 차량을 보유한 인천 물류업계의 거목이 됐다. 격변의 현장에서 숨 가쁘게 달려올 수 있었던 비결은 기업의 ‘평판’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대상, 쌍용제지 등 25개    업체와 무려 반세기 가까이 협력회사 관계를 이어올 만큼 신용을 쌓고 있다. 운송 및 물류 전문화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11월 ‘육운의 날’에는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40년 가가이 장수한 디스플레이용 화학약품 전문 업체인 이그잭스도 최근 전자재료 및 인쇄전자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넓혀 전체 매출의 50%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700억 원을 기록한 이그잭스는 최근 3년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평균 7%에 달하고 임직원 180명 중 30%가 연구개발 인력일 정도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을 집중 육성해 불황 탈출의 원동력으로 삼고 100년 존속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밖에 인쇄회로기판(PCB) 전용 잉크를 국내 최초로 양산한 서울화학연구소와 4500여 종의 특수 종이를 공급하며 연매출 430억 원을 올리고 있는 두성종이도 각각 30년이 넘은 장수기업들이다.

 

이들 장수기업은 50년 가까이 기업의 직원과 거래처, 그리고 소비자와의 신뢰를 지켜왔고,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투자로 회사를 키워왔다. 불모지에서 터를 닦아 오너가 성공신화를 꽃 피운 기업도 있고, 선대가 일궈 놓은 찬란한 유산을 대물림 받아 더욱 탄탄한 기업으로 만든 경우도 있다. 주력 사업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한 사례도 있고, 복합사업군 체제로 변신을 꾀하며 새로운 시장을 연 기업도 있다. 하지만 장수하는    중소기업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서비스든, 제품이든 모두 최고만 고집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브랜드 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브랜드 순위에서 세계 8위를 차지하는 등 불과 10여년 사이에 국내 기업의 위상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과 중국 등 해외 기업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국내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과거 소니나 샤프처럼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던 업체들이    변화와 혁신을 멈추면서 일순간에 몰락한 전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되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일본과 신흥 경제대국인 중국 업체들이 매섭게 한국 업체를 추격 중이다. 시장의 흐름을 잘못 읽기는 했지만 일본의 기술력과 제품력, 브랜드력은 여전히 탄탄하다. 지난해 일본의 소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에서 초고선명(UHD) 해상도를 지원하는 56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중국은 더욱 무서운 경쟁상대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과 한국의 TV 기술력이 1년여 격차밖에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TV 부문만이 아니다. 정보기술(IT) 시장의 핵으로 떠오른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중국 시장이 커지면서 현지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2년엔 레노버, 쿨패드, 화웨이, ZTE 등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2∼5위를 차지하며 총 3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의 애플’로 불리기도 하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1년 새 스마트폰 판매량이 160%나 늘었다. 올 7월 초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가 아이패드를 겨냥해 만든 태블릿인 미패드가 판매 시작 4분 만에 5만 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미패드는 샤오미가 애플의 아이패드를 겨냥해 만든 첫 태블릿으로, 아이패드 미니와 닮은 꼴이지만, 가격은 그의 절반인 1499위안(24만 4000원, 16GB 버전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중국은 이미 성장의 가속도가 붙었다.

   

국내 중견 기업의 몰락

 

고속성장하며 기업계의 신데렐라가 등장하는 이면에는 어두운 구석도 있다. ‘샐러리맨의 신화’였던 중견기업들이 몰락하는 경우다. 선대에서 회사를 상속받지 않고 자주성가형으로 기업을 일으킨 기업을 키워낸 웅진과 STX, 팬택 등이 무너지고 있다. 재계 순위 5위까지 올랐던 동양그룹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은 최고경영자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실패를 불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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