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in PREMIUM=이민화 기자]
에어프로덕츠코리아, '5조 원 몸값' 도전…현실성 있을까
산업가스 제조업체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매각 측은 최대 5조 원의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있으며, 최근 실적 및 동종업체 거래 사례를 고려할 때 이러한 기대가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가스 제조업체 에어프로덕츠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한국 자회사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대상은 에어프로덕츠와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 100%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에 산소, 질소, 아르곤 등 일반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로, 매각 측은 2022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328억 원에 20배 멀티플을 적용해 약 5조 원의 매각가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각 측의 가격 눈높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동종업체 매각 사례를 살펴보면 EBITDA 멀티플 20배를 적용한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지는 않다는 평가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유사한 거래로는 블랙록이 에어퍼스트 지분 30%를 인수하며 약 3조 7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당시 에어퍼스트의 EBITDA는 1450억 원 수준이었으며, EBITDA 멀티플은 25.5배로 계산됐다. 이를 고려할 때,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20배 멀티플 적용은 적정하다는 분석이다.
일반 산업가스 제조업체의 기업가치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2019년 맥쿼리자산운용이 DIG에어가스를 2조 5000억 원에 인수했을 때 EBITDA 멀티플은 약 15배 수준이었다. 또한, 2022년 브룩필드자산운용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경기도 이천 산업가스 설비를 1조 원에 매입했을 때 적용된 멀티플은 16~17배였다.
일반 산업가스 제조업체의 가치 상승 배경으로는 주요 고객사인 반도체 대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대규모 증설이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확장이 이어지면서 일반 산업가스 제조업체들의 실적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또한, 국내 산업가스 시장의 과점 구조도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가치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내 시장은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린데코리아, DIG에어가스, 에어퍼스트, 그린에어 등 5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매각이 성사될 경우, 국내외 산업가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5조 원이라는 몸값이 현실화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