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in PREMIUM=기획팀 ]
©사진평론가 김승곤의 사진읽기
작품명: 흥법사지의 호법룡
사진 : 김상교 作 S-OIL 前 CFO
한국사진예술원 사진 : 김상교 (심화과정 제2기)
작품명: 흥법사지의 호법룡 김상교 作 (심화과정 제2기, S-OIL 前 CFO)
울툭불툭 굴곡을 이룬 근육에 기운이 넘칠 듯한 용이 석탑 쪽을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습니다. 험상궂게 생긴 모양이 근처에 어느 것도 감히 범접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부처의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서 축조되었다는 흥법사지의 진공대사 탑비(941년에 축조, 보물 463호)에 새겨진 용의 석상의 일부분을 넣고 찍은 이 사진에 붙은 제목은 ‘흥법사지의 호법룡(護法龍)’. 짧은 목에 여의주를 입에 물고 네 발로 땅을 버티고 엎드린 거북이 등껍질 위에 몸이 얽힌 네 마리의 용이 서로 다른 네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치 거칠게 꿈틀거리는 거대한 괴물의 형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탑비의 맨바닥 받침 부분인 거북이 모양의 귀부(龜趺)에서부터 용 머리 모양을 한 덮개(螭首)를 합해도 보통 남자 키 높이 만큼밖에 안 되는 크기입니다. 그런데도 100mm 렌즈를 단 카메라로 이 정도의 박력 있는 구도를 잡으려면 아마 어딘가 닫고 올라서서 석성에 바짝 붙어서 찍어야 하는 상당히 힘들고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해야 했을 것입니다. 촬영 위치도 그렇고, 멀리 떨어진 삼층 석탑을 화면에 위치시키는 각도도 면밀하게 계산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호법룡이 지키려고 하는 불법이란 부처의 가르침과 깨우침, 또는 불교를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랜 역사를 통해서 배양된 삶의 가치를 규정하는 하나의 잣대로서 우리의 정신문화 가운데 자리를 잡아 왔습니다. 활기와 기백으로 충만한 석상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형체와는 달리, 대기 원근법에 의해서 석탑과의 거리가 그윽하고 농밀한 입자로 채워진 이 사진 속에서는 현실의 만물을 분별하고 규정 짓던 세속의 모든 이름들이 사라지고, 종교적인 깊고 유현(幽玄)한 시간과 공간 속에 녹아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글 : 김승곤 (사진평론가 / 한국사진예술원 주임교수. 국립순천대학교 전 석좌교수)
쓰쿠바대학교 대학원 예술학 석사
니혼대학교 사진학, 고려대학교 국문학 학사
저서‘읽는 사진’
2004년 일본사진협회 국제상
2003년 제3회 이명동사진상
2010~2011 서울사진축제 초대운영위원장
2004~2006 동강사진마을 초대운영위원장
한국사진예술원 SPC사진클럽은 국내 최대 CEO를 위한 사진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며 다양한 작품활동과 전시회를 개최 하고 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