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외면하는 역사는 발전을 외면하는 경제와 같다."
한국은 어떻게 이 과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번영을 지속할 수 있을까?
"진실을 외면하는 역사는 발전을 외면하는 경제와 같다." 2018년, 독일의 한 컨퍼런스에서 연설한 역사학자 마르쿠스 슈만(Marcus Schumann)은 나치 청산이 독일 경제의 신뢰와 번영의 기반이 되었음을 강조했다. 그의 연설은 독일만이 아닌 한국과 전 세계가 귀 기울여야 할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의 역사는 해방 이후 경제 성장을 이루는 동안 수많은 갈등과 아픔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이 과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번영을 지속할 수 있을까?
"과거를 정리하면 미래가 열린다"
역사 청산은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넘어 경제 성장의 핵심 요인인 사회적 신뢰를 강화한다. 하버드대학교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공정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회는 경제적 성과를 낼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사례는 이를 입증한다. 나치 청산 과정에서 독일은 약 1조 유로를 피해자 배상에 투입하고, 역사 왜곡 방지법을 제정하며 투명성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21년 기준 GDP는 4조 2,2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유럽 경제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경우도 비슷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과거사의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아직 일부 사건은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으며, 이는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
"기업의 신뢰, 과거를 직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기업의 역사는 국가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독일 지멘스(Siemens)는 나치 시절 강제 노동을 사용한 과거를 인정하며 1999년 피해자 배상 기금을 설립했다. 이러한 노력이 글로벌 신뢰로 이어져, 2022년 지멘스는 연매출 715억 유로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의 미쓰비시(Mitsubishi)는 전범 기업으로 비판받으며, 2019년 한일 무역 갈등 속에서 아시아 시장 매출이 약 15% 감소했다.
한국 기업 중 성공적인 역사 청산 사례로는 유한양행이 있다. 창립자 유일한 박사는 친일 행위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기업의 신뢰를 쌓았다. 유한양행은 창립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2022년 기준 매출 2조 원을 돌파했다. 반대로 경영진의 역사적 책임을 회피한 일부 기업은 국내외에서 신뢰를 잃고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
"한국, 갈등을 넘어 성장으로"
한국은 해방 이후 분단, 독재, 민주화를 거치며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역사적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와 1970년대 박정희 정부 하에서의 경제 개발과 그에 따른 정치적 갈등도 중요한 사례이다. 박정희 정부는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국가 주도의 경제 개발을 추진하며 빠른 산업화를 이루었지만, 이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독재적인 통치를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으며, 1970년대에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는 많은 정치적 억압과 갈등을 수반했으며, 민주화 운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반면, 역사적 갈등을 청산하고 사회적 화합을 이루려는 노력들은 한국의 발전을 이끈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김영삼 정부의 군부 독재 청산과 금융 실명제 도입을 들 수 있다.
김영삼 정부(1993~1998)는 군부 독재의 역사적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중요한 노력을 기울였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군에 대한 실권을 갖고 있던 세력을 철저히 정리하기 위해 '군 투명화' 정책을 추진했으며, 1995년에는 5·16 군사정변과 관련된 군사독재 인물들의 부정과 부패를 철저히 조사하여 책임을 묻는 작업을 시작했다. 또한, 군인들의 정당 정치 참여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민주적인 군대와 정치 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했다. 이러한 군부 독재 청산은 한국 민주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금융 실명제를 도입하여 부패와 탈세를 근절하려는 중요한 조치를 취했다. 1993년 1월부터 시행된 금융 실명제는 금융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검은 자금을 추적하여 부정적인 경제 활동을 억제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로 인해 경제의 투명성이 높아졌고, 국가의 경제적 신뢰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실명제 도입 초기에는 일부 사회적 반발과 갈등이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경제와 금융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며 한국의 경제적 성장을 이끌어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청산과 바로잡기는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경제적 성과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었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며, 과거의 아픔을 넘어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길을 걸어왔다.
"법과 제도가 역사의 방향을 바꾼다"
법적 장치는 역사 청산의 핵심이다. 대한민국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독재 시절의 인권 침해를 조사하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역사 왜곡 문제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으며, 이는 주요 무역 파트너와의 신뢰를 약화시켰다.
국제적 협력도 중요하다. UN의 진실과 화해 프로그램은 신흥국들의 역사 청산을 지원하며 경제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 르완다는 1994년 대량 학살 이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2021년 GDP 성장률 10.9%를 기록했다. 한국도 일본과의 역사 갈등을 국제적 중재와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모색해야 한다.
"역사를 직면하는 실천으로 경제와 신뢰를 동시에"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역사 청산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먼저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현대사와 지역사에 대한 심도 있는 교육을 포함시킨다. 독일처럼 교과서를 통해 민감한 역사를 투명하게 교육하면, 미래 세대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대화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 역사적 갈등이 심각한 지역이나 이슈에 대해 시민과 전문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 이와 동시에 투명한 기록 관리이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역사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통해 국제적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의 "기억의 집"은 나치 피해자들의 기록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있다.
제도의 역할... 과거사 청산과 기업 성장 촉진
정부차원의 해법도 있다. 정부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와 같은 법적 장치를 통해 과거의 인권 침해와 역사적 갈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보상과 복권을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부는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고, 경제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법제도적 으로는 '역사 왜곡 방지법'을 강화하고, 역사 교육에서 민감한 이슈들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다루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독일은 나치 청산 과정에서 피해자 배상에 약 1조 유로를 투입하고,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와 유사하게 한국도 과거사 사건을 공식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진실을 위한 재정적 지원'과 같은 법안을 통해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제적 협력도 중요하다. 한국은 일본과의 역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 사회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 UN의 진실과 화해 프로그램과 같은 국제적 사례를 참고하여, 한일 양국 간 공동 역사 연구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고, 역사적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적 협력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청산, 경제를 위한 도약"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역사는 경제적 기반의 일부다. 과거사를 바로잡을 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성공 사례와 교훈을 바탕으로 올바른 역사 청산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정의로운 경제와 신뢰 사회를 위해 이제는 과거를 직시할 때다. 역사의 교훈이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