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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패권 전쟁의 시대, ‘국적 있는 과학자’가 한국의 미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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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5-12 21:10:20
  • 수정 2025-05-12 21: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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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in PREMIUM=편집국 편집장]

“과학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는 국적이 있다”

 기술패권 전쟁의 시대, 

‘국적 있는 과학자’가 한국의 미래를 바꾼다


2023년, 전 세계 기술 패권의 전장은 단연 ‘반도체’였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전략산업 보호와 확대를 위해 정면으로 충돌했고, 반도체는 경제와 외교, 안보가 교차하는 핵심 축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2011~2015년 사이 반도체 분야의 논문 수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논문 수는 단순한 연구 결과를 넘어, 기술 역량의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양국의 치열한 경쟁은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국가의 생존 전략’으로 비화됐다.

 논문은 무기다 

기술패권의 새로운 통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분석에 따르면, 논문 수 기준으로 중국은 이미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기술 등 핵심 전략기술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2015년 이후 발표된 SCI급 논문 중 중국의 점유율은 27%에 달하며, 이는 미국(20%)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논문 공동 저자의 국가 분석 결과, 한국의 경우 미국과의 협력은 줄고 있으며 중국과의 협력은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국 과학기술계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과학기술은 ‘개방’의 철학을 지향하지만, 기술패권의 현실은 냉혹하다. 논문은 글로벌 협업의 결과물이자, 전략기술의 전초기지다.

“돈은 세계 2위, 사람은 세계 7위”… 인력기반의 한계

2022년 기준 한국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약 30조 원 규모로, GDP 대비 비율은 4.93%로 세계 1위다(OECD 기준). 그러나 문제는 인력이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연구자 수는 약 46만 명으로, 미국(140만 명), 중국(150만 명), 일본(65만 명) 등에 비해 절대 규모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또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누적된 R&D 투자 총액 기준으로는 한국은 약 2000억 달러로, 미국(1조 4500억 달러), 중국(9500억 달러), 일본(4200억 달러)과 큰 격차를 보인다.

KAIST 이기준 교수는 "양적 투자 규모는 높지만, 질적 인프라의 취약성과 연구 생태계의 경직성이 기술주권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적 있는 과학자, 선택이 아닌 전략이다

국제적인 과학 협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술이 안보자산이 되는 시대, ‘과학자의 국적’은 선택이 아닌 전략으로 전환됐다.

일본과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은 과학기술을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닌, 지정학적 무기로 간주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미국은 과학기술 인재 유치를 위해 국방예산 일부를 과학자 비자 확대에 사용하고 있으며, 유럽은 ‘ERC Starting Grant’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자국 인재 회귀를 유도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제 과학자 유치 경쟁의 참가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귀환 과학자들, 국가 전략의 핵심 자산이 되다

최근 국내 과학계에 의미 있는 귀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 교수였던 신유진 박사는 2023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교수로 부임하며, 양자정보과학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이끌고 있다. 그녀는 ‘퀀텀컴퓨팅 여성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전국 고등학생을 위한 온라인 세미나도 운영하며 과학 인재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서울대 화학과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김영철 교수는 MIT에서 박사과정과 포닥을 거친 후 귀국했으며, 이차전지 소재와 연료전지에 대한 차세대 연구를 통해 기업과 협력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귀환 과학자들은 단순한 연구자 이상의 존재다. 그들은 기술, 교육, 산업, 정책을 연결하는 고리"라고 평가했다.

대학 붕괴 위기, 과학자 생태계의 뿌리부터 흔들린다

하지만 귀환 과학자만으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 대학, 특히 이공계 학과는 학령인구 감소와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2024년 기준, 지방 국립대의 이공계 충원률은 70%를 밑도는 곳이 속출하고 있으며, 기초과학 교수 임용은 '후속 인력 부재'로 인한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KOFST)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현재 이공계 교수의 약 42%가 정년퇴임 예정이나 후임 충원 계획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육부와 과기정통부의 긴밀한 협력은 물론, 연구중심 대학과의 연계, 고교단계의 과학영재 조기 발굴, 연구자의 직업 안정성 강화 등이 종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치가 과학을 결정하고, 과학이 정치로 실현되어야

기술패권의 시대, 정치와 과학은 동행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과학기술을 외교 전략, 산업 보호, 안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국가과학위원회를 통해 정책 결정의 과학적 근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과학기술을 단기성과 중심의 ‘사업’ 혹은 ‘보조금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이종호 전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회와 정부가 데이터 기반의 정책결정 구조로 전환하지 않으면, 기술패권 경쟁에서 한국은 변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과학기술계는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책에 자문을 제공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데이터를 전달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 미래를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과학자의 귀환이 곧, 국가의 귀환이다

‘과학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는 국적이 있다.’ 이 말은 더 이상 선언이 아니라 현실이다.

과학기술은 공동의 유산이지만, 그것을 실현하고 활용하는 환경은 국가가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과학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과학자를 위한 생태계를 제공하고, 그들이 ‘돌아오고 싶은 나라’로 만들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패권은 자본이 아닌 ‘사람’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그 사람은, 조국을 택한 과학자다.

“나는 한국의 과학자입니다. 이 국적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이곳에서 미래를 바꾸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선택한 ‘국가’가, 이제 이들의 선택에 응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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