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는 국내 재계에서 최고 경영진이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을 요구한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사건 결심공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7,896만 원의 추징과 함께, 조 회장과 함께 기소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임원 2명에게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한국타이어 법인에도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 2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회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계열사 MKT의 타이어 몰드를 경쟁사보다 비싸게 사들이도록 지시해 한국타이어에 131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회사 자금이 총수 일가에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5억여 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도 있다.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계열사 자금을 대여해주거나, 개인적으로 사용할 차량 구입, 이사비용 및 가구 구입에까지 회사 돈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기업 총수로서의 지위를 악용해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전형적인 사익 추구 범죄"라며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고, 재벌 총수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모든 게 제 불찰이며 깊이 반성한다"며 "프로세스를 바로잡아 가장 투명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재판부의 선고에 따라 항소 등 법적 대응을 강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5월 29일 예정된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기업 지배구조 개혁의 흐름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총수 일가의 비리와 관련해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 회장의 선고 결과는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는 이미 조 회장의 비리 혐의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신뢰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조 회장의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오너 경영체제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횡령·배임 사건을 넘어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연결될 수 있다"며 "특히, 주요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재벌들의 지배구조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타이어의 경영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회장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한국앤컴퍼니 및 한국타이어의 경영권 승계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이 한국 재계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