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창업 77년 만에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가 양아들인 구광모 LG 회장을 상대로 파양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밝혀졌다.
업계에 따르면, 김영식 여사는 지난해 11월 서울가정법원에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파양 소송을 접수했다. 구광모 회장은 2004년 고(故) 구본무 회장과 김영식 여사의 양자로 입적됐으며, 2018년 구본무 회장이 사망한 후 LG 회장직을 승계했다.
김 여사는 소장에서 “이 소송은 단순한 재산 분쟁이 아니다. LG 경영권에 대한 욕심도 아니다”라며 “가슴으로 낳고 품어준 부모와 형제에 대한 배신과 패륜 행위를 꾸짖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소장에서 구광모 회장이 가족 간 대화 요청을 철저히 외면하고, 수십 차례 걸려온 전화와 문자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식사를 함께하자는 요청을 “불면증 때문에 아침에 못 일어난다”는 핑계로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가족 간 가장 큰 갈등 요인 중 하나로는 ‘제사 문제’가 지목됐다. 김 여사에 따르면, 생전 구본무 회장이 거주했던 한남동 자택에서 제사를 지내기로 했지만, 지난해 5월 구본무 회장의 6주기 제사가 아무런 상의 없이 LG인화원으로 옮겨졌다. 김 여사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며 “구광모가 친아들이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분노했다.
김 여사는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이 심해졌고, 건강이 악화돼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이 불러온 가족 간 갈등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양자 입적은 김 여사의 친아들인 구원모가 1994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후, 시아버지였던 故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이루어졌다. 구본무 회장의 장자를 만들기 위해 26세의 조카 구광모를 입양한 것이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LG가(家)의 균열은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구광모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김 여사와 두 딸에게 “한남동 자택을 내놓고 나가라”고 압박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LG는 창립 이후 가족 간 단합과 경영권 승계의 원칙을 지켜왔지만, 이번 사태는 장자 승계의 부작용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구광모 회장이 LG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LG그룹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번 소송이 단순한 가족 내부의 문제를 넘어 기업 경영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