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in PREMIUM=기획팀 ]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
실용주의 앞세운 티웨이항공 경영권 인수전
티웨이항공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이 정면 승부를 택했다. 지분 매입 경쟁 대신 주주총회를 통한 표 대결로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한국 재계에서 흔치 않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서 회장이 ‘미국식 자본주의’에서 배운 실용주의적 접근법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는 오는 3월 티웨이항공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주주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2대 주주인 대명소노는 최대주주인 예림당(티웨이홀딩스를 통해 티웨이항공 지분 30.09% 보유)과의 지분 격차가 3.32%포인트에 불과함에도, 추가 지분 매입보다는 표 대결을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는 전략을 택했다.
대명소노는 이미 티웨이항공 경영진에 경영개선요구서를 전달하며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과 정홍근 대표의 사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 추진 등을 요구한 상태다. 특히 티웨이항공의 실적 부진과 부채 문제를 부각하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대명소노는 2023년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로부터 약 1,897억 원을 들여 티웨이항공 지분 26.77%를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추가적인 지분 매입을 고려할 수도 있었지만, 주주총회를 통한 표 대결을 택했다.
현재 티웨이항공 주가 기준 약 300억 원만 추가 투입하면 대명소노는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그러나 지분 경쟁이 본격화되면 예림당 측이 FI(재무적 투자자)들과 연합해 대응할 가능성이 크고, 고려아연 사례처럼 공개매수 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주가가 폭등하면서 지분 확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명소노는 FI들의 추가 자금 지원 제안을 거절하며 표 대결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대명소노는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대신, 이사회 장악 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티웨이항공의 부채비율(2023년 3분기 기준 739%)은 경쟁사인 제주항공(391%), 진에어(343%)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대명소노는 신규 자금 투입 없이는 티웨이항공의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지분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 대주주인 예림당은 티웨이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만한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대명소노는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의 기업공개(IPO) 추진 등을 통해 추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유상증자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기 전 명분을 쌓는 데도 유리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명소노가 3월 주총을 정면 승부의 장으로 택한 이유는 티웨이항공 이사회의 구성 변동 때문이다. 현재 이사회 7명 중 4명의 임기가 이번 주총에서 만료되며, 티웨이항공 정관상 이사는 최소 3명에서 최대 12명까지 둘 수 있다. 대명소노는 서 회장을 포함한 9명의 후보를 추천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계획이다.
기존 이사를 해임하려면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어려움이 있지만, 신규 이사 선임은 단순 과반(50%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된다. 대명소노가 계획대로 이사회를 장악하면, 티웨이항공 이사회 구도는 ‘9(대명소노) 대 3(예림당)’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서준혁 회장의 티웨이항공 인수 전략은 한국 재계에서 일반적으로 꺼려온 적대적 M&A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서 회장은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2007년부터 대명소노 경영에 참여했다. 2023년에는 어머니인 박춘희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하며 본격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2023년 프로농구단 데이원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한진칼로부터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티웨이항공 경영권 인수전에서도 서 회장의 ‘미국식 실용주의’ 전략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소노인터내셔널은 국내 18개 호텔·리조트에 1만1000여 객실 수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규모 리조트 기업으로, 2019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사명과 브랜드를 ‘대명’에서 ‘소노’로 변경하고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소노는 이탈리아어로 '이상지향'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