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여파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한국 자산 신뢰도를 크게 흔들었다. 변동성 증가는 물론 국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그늘에 갇히는 모습이다. 외신들은 한국 자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소재 그래스호퍼 자산운용의 펀드 매니저 다니엘 탠은 “한국 자산은 이미 낮은 배당 성향과 비효율적 지배구조 문제로 외면받고 있었다”며 “이번 계엄령 사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더욱 멀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크레딧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2.75bp 상승하며 8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와 함께 한국 원화와 ETF는 한때 폭락세를 보였으나 낙폭을 다소 줄였다. 그러나 ING은행 서울지점 강민주 수석 경제학자는 “이번 사건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던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코스피는 1년 예상 장부가치의 약 0.8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MSCI 월드 지수(2.9배)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정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나다의 전략 자문회사 더 지오폴리티컬 비즈니스의 아비슈르 프라카시는 “정치적 위기는 한국의 글로벌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해외 파트너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 주요 산업의 장기적 가치를 강조했다. 레일런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제이슨 허는 “한국 반도체 기업은 AI와 공급망 다각화 트렌드 속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사례도 긍정적 전망을 뒷받침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코스피는 3개월 동안 6% 상승하며 정치적 사건과 경제 펀더멘털 간의 괴리를 보여줬다. 올스프링 이머징마켓의 데익 어윈 역시 “이번 사태는 국내 정치에 국한된 문제이며, 기업의 펀더멘털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17%로 바닥을 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치적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TS롬바드의 로리 그린은 “윤 대통령은 결국 탄핵 가능성이 높으며, 조기 대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치적 안정이 회복될 때까지 한국 자산은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NY의 시장 전략 책임자인 밥 새비지는 “이번 계엄령이 단명했지만 여파는 길게 이어질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정치적 안정과 함께 경제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계엄령 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사건을 넘어,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한국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과 더불어 구조적 개선이 필수적이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가운데, 한국 경제가 이 중첩된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