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한미약품그룹 모녀가 한미사이언스에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권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3자 연대와 형제 간 갈등이 주주제안을 기점으로 더욱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고(故) 임성기 회장의 추모식도 모녀와 형제가 따로 진행할 정도로 갈등이 깊어졌으며, 오너가 주변의 다수 투자기관까지 얽히며 갈등이 복잡해진 양상이다.

 주총 소집청구권 거부 어려워…이사회 거절 시 법적 판단

신동국 회장과 한미약품그룹의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으로 구성된 대주주 연합은 지난달 19일 정관변경과 신규 이사 선임을 의결 안건으로 상정하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는 정관변경과 신규 이사 3인 선임이 주요 내용이다.

상법상 주주제안을 받으면 이사들은 이를 신속하게 검토하고 이사회 소집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대주주 연합이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를 제기한 다음날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는 해당 주주제안이 검토되지 않았다. 이는 해당 이사회가 결산보고를 위한 정기 이사회로 이미 소집 통보가 끝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주주제안을 다룰 이사회를 별도로 소집하기로 결정됐다.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 소집 시 1일 전까지 통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 이르면 이번 주에도 이사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이사회 의장은 송영숙 회장 측 인사인 신유철 사외이사가 맡고 있어 이사회 소집 자체는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임시주총을 대비해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사회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열린다고 해서 주주제안이 무조건 받아들여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사회는 소집 이유가 정당하지 않다면 이를 거부할 수 있다. 특히, 대주주 연합이 제시한 이사 선임 안건이 기존 이사회 구성 비율을 크게 바꾸려는 목적이어서 거절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임시주총 소집을 막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례에 따르면 임시주총 소집 청구권은 법률상 요건을 충족시키면 폭넓게 허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사회가 소집청구를 거부하거나 지체하면 주주는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투자기관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며 갈등 봉합 어려워져

주주제안을 둘러싼 갈등이 극적 화합보다는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 이유는 모녀와 형제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다.

대주주 연합의 주주제안 직후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서 소액주주들에게 그룹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3자 연합의 행보에 반대하고, 임종윤 사장이 추진하는 해외투자 유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갈등은 임주현 부회장이 임종윤 사장을 상대로 낸 가압류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더욱 격화됐다. 임 부회장은 임 사장에게 빌려준 돈 266억 원을 반환하라는 소송과 함께 가압류 신청을 냈으며, 이에 따라 임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주식과 토지 등이 가압류되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기일에도 가족들은 한 자리에 모이지 않고, 모녀와 형제가 따로 추모식을 진행했다. 이는 갈등이 깊어져 화합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또한, 오너가와 얽힌 사모펀드들의 이해관계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은 더욱 복잡해졌다. 모녀의 경영자문을 맡은 라데팡스파트너스, 형제 측과 경영권 매각 협상을 벌여온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그리고 오너가와 환매조건부 계약을 맺은 사모대출 전문 하우스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 등이 그 중심에 있다.

형제는 조만간 소액주주를 만나 해외 투자 유치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어필할 계획이다. 임주현 부회장은 이미 소액주주들과의 만남에서 해외 투자의 부당함을 설명한 바 있으며, 이는 임시주총을 대비한 여론전과 표심잡기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