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불기둥처럼 타오른다”

신학철 개인전 ‘한국현대사 어제와 오늘’…

관훈미술관서 7월 13일까지 개최

한국 현대미술의 형상적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원로 작가 신학철이 대형 회고전으로 돌아왔다. 관훈미술관은 5월 14일부터 7월 13일까지 전관에서 신학철 개인전 <한국현대사 어제와 오늘>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사의 사건들을 관통하는 신학철 작가의 조형언어를 집대성한 자리로,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이어져온 형상 회화, 몽타주 회화, 오브제 작업이 총망라된다.젊은 날 Young Day  OIl on canvas 80x116.5cm 2021

신학철은 1980년대 한국 아방가르드미술(AG)의 핵심 멤버로, 당시 추상미술이 지배하던 한국화단에서 ‘삶과 시대를 담아야 한다’는 기치 아래 사회적 형상을 시각 언어로 풀어낸 민중미술의 대표 작가다. 그는 팝아트, 초현실주의, 옵아트 등 당대 실험미술의 조형어법을 흡수하면서도, 그것이 현실과 맞닿지 못한 채 관념에 머무는 것을 경계하며 “미술은 삶의 실체를 말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이번 전시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2024년 12월에 개최된 회고전 <시대의 몽타주>의 연장선으로, 1층에는 대형 회화 <촛불혁명>, <광화문에서>와 같은 대표작이 전시되고, 2층은 콜라주와 오브제 중심의 형상 실험작, 3층은 <관동대지진_한국인 학살> 등 역사적 폭력과 사회구조를 재구성한 연작이 배치된다. 특히, 과거사 사건을 재구성한 몽타주 기법은 작가의 미학적 정체성과 사회적 증언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대표적인 장치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서민의 꿈과 희망을 외면해온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에 대한 오랜 문제의식을 작품에 담았으며, 개인적 체험과 집단적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화면은 곧 불기둥처럼 타오르는 역사'라고 이야기 한다. 신작 <젊은 날>(2021)은 "이발소 그림 같은 리얼리즘"이라 자평할 만큼, 감각보다 본능에 가까운 따뜻하고 자생적인 서정성을 담고 있다.한국현대사-촛불혁명  Korea Contemporary History-The Candlelight Revolution  OIl on canvas 194x212c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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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획을 맡은 김석원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단지 작가 개인의 회고에 머무르지 않는다. 신학철은 한국 현대미술이 지닌 아카이브의 불균형과 인사동 미술계의 쇠락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품고, 다시 원점에서 한국 화단을 바라보려는 시도를 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작가는 인사동의 몰락과 강남 중심의 미술시장 재편에 대한 우려에서 이번 전시를 관훈미술관에서 열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신학철은 70년대 이후 ‘비상탈출’, ‘한국현대사’ 등 일련의 연작을 통해 억압과 자유, 현실과 이상 사이의 긴장 관계를 직설적으로 풀어내며, 한국 미술사에서 형상 회화의 전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예술이 개념화에 빠져 본질을 잃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오히려 ‘사물을 편견 없이 보는 힘’, 그것이 예술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50년 예술 여정을 조망함과 동시에, 현대미술이 다시 ‘현실’을 이야기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다. 민중미술, 아방가르드, 그리고 리얼리즘의 실험들이 동시대적 맥락 안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한국현대사-광화문에서  Korea Contemporary History-At Gwanghwamun OIl on canvas 112x163cm 2019

전시 개요

• 전시명: 신학철 개인전 《한국현대사 어제와 오늘》

• 기간: 2025년 5월 14일 ~ 7월 13일 (월요일 휴관)

• 시간: 10:30 ~ 18:30

• 장소: 관훈미술관 전관 (서울 종로구 인사동)

• 문의: 김석원 큐레이터 (02-733-6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