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에서 대표까지…현장이 키운 여성 CEO의 콘텐츠 승부수
TV·모바일·숏폼·IP까지 통합…쇼핑의 개념을 바꾸다
“볼 만하면, 사고 싶어진다.”
한 문장이지만, 이 문장은 지금의 CJ온스타일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홈쇼핑의 침체를 콘텐츠로 돌파하고, 전통 채널을 디지털화한 CJ ENM 커머스부문의 ‘원플랫폼’ 전략. 그 중심에는 MD 출신의 샐러리맨 CEO, 이선영 대표가 있다.
홈쇼핑의 위기론이 대세가 된 시대. 그러나 CJ온스타일은 다른 그림을 그렸다. TV,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유튜브, 숏폼 등 자사 내 모든 채널을 하나의 구조로 통합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 행태를 정밀 분석해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1975년생인 이선영 대표는 경희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후, 1990년대 후반 CJ오쇼핑(현 CJ온스타일)에 입사해 상품기획자(MD)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브랜드사업부장, MD본부장을 거쳐 2023년 11월 CJ ENM 커머스부문 대표로 선임됐다.
CJ그룹 역사상 두 번째 여성 CEO이자, 실전 중심의 커머스 전략가로서 내부 신망이 두텁다. 실제로 이 대표는 상품을 기획하고, 방송에 참여하고, 공급망까지 관리한 ‘현장 출신’ 리더라는 점에서 다른 CEO들과 구별된다.
이선영 대표가 주도하는 핵심 전략은 단연 ‘원플랫폼(One Platform)’이다. 이는 단순히 TV 쇼핑에 국한되지 않고, CJ온스타일이 보유한 모든 유통 접점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전략이다.
TV홈쇼핑, 모바일 앱, 라이브커머스, 유튜브 콘텐츠, 숏폼 영상까지 아우르며, 이 모든 채널을 하나의 사용자 경험과 운영 체계로 통합해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CJ온스타일은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신규 브랜드 입점을 달성했으며, 그중 93%가 중소·중견기업으로, 실질적인 '중소 브랜드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반응이 빠른 모바일 플랫폼에서 신규 브랜드의 반응을 실험하고, 성과가 입증되면 TV채널로 확장하는 ‘모바일 to TV’ 전략을 통해 홈쇼핑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브이티 코스메틱’이 있다. SNS 기반 제품인 ‘리들샷’이 모바일에서 인기를 끌자, TV 홈쇼핑으로 확장해 단 8개월 만에 54억 원의 취급고를 기록했다. 이는 시청률이 하락하고 노령화된 TV 채널에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하는 전략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서, 쇼핑을 콘텐츠화하는 작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배우 한예슬이 진행하는 ‘오늘뭐입지’, 유인나의 ‘겟잇뷰티’, 최화정의 식품 특화 쇼, 안재현의 리빙쇼 등은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방송이 아닌, 고객이 ‘보고 싶은 방송’으로 유도하는 킬러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유명인을 활용한 타사와의 차별화 요소로,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스토리텔링 기반의 큐레이션 커머스’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물류 영역에서도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 대표는 CJ대한통운과 협업해 2024년부터 ‘주말배송’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이는 상품기획부터 배송까지 고객 경험 전체를 최적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커머스 경쟁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구조다.
올해 2월,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새해 첫 현장 방문지로 CJ온스타일 본사를 택했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도 커머스 부문, 특히 이선영 대표 체제에 대한 기대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온리원(Only One)” 정신을 강조하며, “차별화된 콘텐츠 기반 유통이 그룹의 미래 성장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선영 대표는 단순한 홈쇼핑 기업의 CEO가 아니다. 그는 TV 기반 전통 채널을 디지털 중심 미디어 커머스로 재정의한 전략가이며, 상품 기획부터 물류까지 전 과정에 ‘사용자 경험’을 이식한 유통 혁신가다.
또한 CJ그룹 두 번째 여성 CEO로서, 후속 세대 여성 리더들에게 실질적인 경로를 열고 있다. 실적, 전략, 콘텐츠, 현장 이해도까지 모두 겸비한 이 대표는, 그 자체로 CJ온스타일의 미래 방향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