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in PREMIUM=박정석 ]
김동원發 캐롯손보, 한화손보에 흡수합병…‘한화 3세 경영 시험대’ 성적표는 낙제점?
6년 적자, 3000억 유증, 지급여력 위기…“승계 구도서 존재감 희미”
“디지털 보험의 미래를 열겠다”던 포부는 끝내 ‘적자 늪’에 잠겼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야심차게 설립했던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보가, 설립 6년 만에 한화손보에 흡수합병되는 수순을 밟는다.
이는 단순한 자회사 구조조정이 아니라, 한화그룹 3세 경영 승계 구도 속에서 김동원의 입지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9년, 김동원 사장이 직접 설립을 주도한 캐롯손보는 “완전 디지털 기반 손보사”를 표방하며 화려하게 출범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수익 구조는 초라했다.
2019년: –91억원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841억원
2023년: –760억원
2024년: –662억원
6년 연속 적자는 디지털 보험 산업의 한계를 드러냈다. 캐롯은 주로 비대면 채널 기반 ‘미니보험’에 집중했지만, 높은 손해율과 마케팅비로 수익성 확보에 실패했다.
자본건전성도 문제였다. 지급여력비율(RBC)은 2022년 말 505.6% → 2023년 말 189.44% → 2024년 말 156.24%까지 추락했다.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50%선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단행했지만, 경영 정상화는 불가능했다. 캐롯의 대주주인 한화손보(지분 59.6%)와 한화생명(한화손보의 지분 63.3% 보유)은 더 이상의 독립경영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한화손보의 입장도 마냥 편치 않다. 자체 실적은 꾸준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캐롯의 누적 적자와 불안정한 재무 구조를 끌어안는 것은 ‘역주행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손보 순이익 흐름:
2019년: –609억원
2020년: +1559억원
2022년: +2747억원
2023년: +2906억원
2024년: +3822억원
4년 만에 약 6000억원 가까이 실적을 개선한 상황에서, ‘위험 자회사’ 통합은 내부적으로도 부담스러운 의사결정이다. 특히 캐롯 합병 후에도 한화손보의 재무 건전성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사장은 2015년 한화생명에 입사한 이후 10년째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2023년에는 조직 개편과 함께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승진하며 실질적 ‘보험 계열 핵심 3세’로 부각됐다. 그러나 캐롯손보의 실패는 그의 경영능력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 오너일가 지분 흐름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한다. 지난 4월, 김승연 회장은 ㈜한화 지분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는데,
김동관 부회장: 4.86%
김동원 사장: 3.23%
김동선 부사장: 3.23%
김동관이 압도적인 ‘경영 상속자’로 부상한 가운데, 김동원 사장은 직접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도 고작 0.03%로, 여승주 부회장(0.02%)과 큰 차이 없다.
재계 관계자는 “김동원 사장이 그룹에서 유일하게 신규 사업을 설계했지만, 이 사업의 실패가 지배구조 상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캐롯의 실패를 구조적 한계로 본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손보사는 가격과 편리성을 앞세운 ‘인바운드’ 영업 위주라 고객 충성도가 낮고 손해율이 높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빅테크와 보험사의 경합 속에서 독립 생존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업계 최초 타이틀은 따냈지만, 산업 구조와 수익 모델은 신생 보험사를 버텨내지 못했다.
캐롯손보 흡수합병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한화그룹 차원의 3세 경영 전략 조정으로 해석된다. 그룹 내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을 맡았던 김동원의 역할에 수정이 불가피한 가운데, 김동관·김동선 형제와의 내부 견제 구도가 부상할 수 있다.
디지털 혁신이라는 시대의 흐름은 분명했지만, 경영자 자질과 산업 구조 분석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