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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구 동성제약 회장, 조카에 넘긴 경영권 2년 내 되찾는다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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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5-06 23: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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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in PREMIUM=기획팀 ]

"경영은 맡겼지만, 회사는 못 맡긴다"

이양구 동성제약 회장, 조카에 넘긴 경영권 2년 내 되찾는다 선언
PEF·우호지분 확보로 임시 주총 추진…“내가 직접 경영하진 않겠다”

한때 탈모약 ‘미녹시딜’과 지사제 ‘정로환’으로 이름을 날린 중견 제약사 동성제약이 내홍에 휘말렸다. 창업자 2세이자 전 경영자인 이양구 회장이 조카 나원균 대표에게 맡긴 회사 경영이 위기에 빠졌다고 판단, 다시 ‘경영권 탈환’에 나선 것이다.

“경영은 넘겼지만, 회사까지 줄 수는 없다.” 이 회장은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단언하며 향후 2년 내 동성제약의 경영권을 되찾겠다고 못 박았다.

우호 지분 30% 확보…“백기사와 손잡았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보유 중이던 동성제약 지분 14.12%를 마케팅기업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했다. 시장에선 “백기사를 자처한 전략적 매각”이란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이양구 회장은 이번 매각의 실질 투자자가 사모펀드(PEF)와 시중은행이라는 점을 밝히며 “브랜드리팩터링은 특수목적법인(SPC)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매각 계약엔 2년 뒤 해당 지분을 다시 살 수 있는 ‘콜옵션’이 포함돼 있다. 그는 “일부러 할인된 가격(당일 종가 대비 14.8%)에 넘긴 것”이라며 “회사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 회장은 현재까지 자신과 우호적 관계인 PEF, 개인 투자자 등을 포함해 30% 이상의 ‘백기사 지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현 대표이사 및 이사진을 교체할 것”이라는 그의 선언은, 단순한 의지를 넘어 실행에 들어간 전략적 수순이다.

경영은 조카에게 맡겼지만…CB 발행으로 재무 위기

이번 사태의 발단은 작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양구 회장은 당시 자금난을 해결한다는 조건으로 조카 나원균에게 대표직을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그로부터 반년 만에 상황은 더 악화됐다.

현 경영진은 연 8%의 고금리 조건으로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동성제약의 핵심 자산인 서울 방학동 본사와 충남 아산 공장이 담보로 제공됐으며, 상상인저축은행 계열이 해당 CB를 인수했다. 이 회장은 “이같은 무리한 자금 조달이 동성제약을 더 위험한 상태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동성제약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3% 급감하는 등 수익성 악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임시 주총으로 승부수…“나는 CTO로 남겠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24일, 서울북부지법에 임시 주주총회 허가 신청을 제출했다. 지분 싸움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이 회장 측은 가족과 브랜드리팩터링을 포함해 총 15.62%, 나 대표 측은 자사주 기반 EB를 인수한 딥랩코리아 등과 함께 12.77% 수준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우호적인 개인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주총 특별결의를 통과시키는 데 지장이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과거 회사 경영을 함께한 임직원 출신 소액주주들이 이 회장 측에 우호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흥미로운 건, 이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아도 직접 대표직에는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이다. “나는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남아 신약개발과 기술전략만 맡겠다”는 입장이다.

승계 실패인가? 우회 복귀인가?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승계 실패의 전형적 사례’로 꼽는다. 동성제약은 창업 2세 이양구 회장이 20년 이상 경영한 후, 2023년 말 경영을 조카에게 승계했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전격적으로 ‘경영권 회수’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성제약 사례가 중소·중견 오너기업의 세대교체가 얼마나 치밀한 사전 검증과 거버넌스를 요구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김민수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단기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고금리 CB를 발행한 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대한 실책”이라며 “우호지분 확보와 임시 주총 시도는 정상화를 위한 정당한 절차지만, 회사의 기업가치 회복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성제약은 이제 ‘주총 정국’에 들어섰다. 회사 측은 “아직 주총 일정은 미정이며,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창업가의 복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경영에서 물러난 회장이 2년 내에 경영권을 되찾겠다고 선언한 이례적 사건.
그 결말은, 한국 제약 산업의 또 다른 리더십 교과서가 될 수 있을까.

이양구 회장의 '리턴 매치',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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