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in PREMIUM=기획팀 ]
신세계 정유경, 母 이명희 지분 전량 증여로 지분 29.16% 확보
신세계그룹, 정용진-정유경 ‘남매 분리 경영’ 시대 본격화
‘백화점은 딸에게, 마트는 아들에게.’ 2010년대 초반부터 재계에 회자되던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맞춤 승계’ 시나리오가 2025년 4월, 전격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4월 30일, 이명희 총괄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 10.2% 전량을 딸 정유경 회장에게 증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신세계그룹의 승계 작업이 사실상 종료됐다. 증여 시점은 오는 5월 30일이며, 이로써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지분은 기존 18.95%에서 29.16%로 증가한다.
이로써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그룹 내 모든 지분을 자녀에게 넘기며 2011년 시작된 ‘신세계-이마트 분리 전략’의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미 지난 2월 아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는 이마트 지분 10%를 시간외 매매로 넘긴 바 있다. 매수 금액은 약 2250억원에 달했으며, 이 거래로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28.56%로 상승했다.
신세계그룹의 경영 구도는 이로써 명확해졌다. 유통 대기업을 이끄는 형제는 이제,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지난해 10월 임원 인사에서 공식적으로 계열 분리를 선언한 바 있다. 정유경 회장은 2015년부터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을 총괄하며 백화점·면세점·리빙 등 고급 유통 사업을 이끌어왔고, 정용진 부회장은 대형마트, SSG.COM, 호텔신라 등 대중소매·이커머스 분야를 맡아왔다.
양측은 지난 2016년, 신세계와 이마트의 주식을 맞교환하며 각자 경영하는 법인에 지분 집중을 꾀했고, 2020년에는 이명희 총괄회장의 지분까지 나눠 가지며 명실상부한 단독 최대주주 체제를 구축했다.
현재 이마트는 대형마트·슈퍼·편의점·호텔·e커머스 등의 계열사를, 신세계는 백화점·면세·홈쇼핑·리빙 등의 계열사를 각각 거느리고 있다.
이제 남은 유일한 공동 지분 보유 회사는 ‘SSG닷컴’뿐이다.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이 지분 정리가 계열 완전 분리의 마지막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분 정리는 완료됐지만, 법적으로 계열 분리를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 분리 승인 절차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동일인의 친족 독립 경영 여부와 상호출자, 지분 구조 등을 면밀히 심사한다.
이에 따라 정용진-정유경 남매가 완전한 독립 기업 집단으로 인정받기까지는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분 증여에 대해 “각 부문의 독립경영과 책임경영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전략적 결정”이라며 “계열별 전문성과 독립성을 극대화해 경영 효율을 높이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이번 승계를 ‘가장 이상적이고 정교한 2세 경영 구조’로 평가한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지난 10여 년간 지분·사업·조직 전반을 자녀 각각에게 분리·전달해오며, 내부 혼란 없이 승계를 완료했다.
특히 증여세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재벌가가 상속과 지배구조 정리에 미적대는 상황에서, 이명희 회장은 증여라는 ‘투명한 방식’을 택하며 안정적인 세대 교체를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유경 회장은 ‘프리미엄 유통 브랜드의 전략가’로, 정용진 부회장은 ‘초대형 유통 플랫폼 구축자’로 평가받는다”며 “남매의 독립 경영이 본격화되면 양측의 경쟁과 협력 관계가 한국 유통 시장의 또 다른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세계그룹의 남매 독립 경영은 단순한 가족 내 지분 정리를 넘어, 국내 유통 산업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제 시선은 남은 퍼즐 조각 ‘SSG닷컴’ 정리와 공정위 계열 분리 승인에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