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산업포럼’ 발족식에서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포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주요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 회장은 "현재 한국 경제는 글로벌 룰 테이커의 위치에 머무르며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성장 모델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최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대한민국 GDP는 1.7조 달러로, 미국(27조 달러)과 중국(18조 달러)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라며 "문제는 인구나 덩치 때문이 아니라 이로 인해 글로벌 룰을 만들 수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성장 속도 또한 미국, 중국보다 낮고 일본보다 약간 앞설 뿐”이라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WTO 체제 덕분에 성장했지만, 이제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보호무역주의 시대가 30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각국이 자국 중심의 룰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기존의 수출 중심 비즈니스 모델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수출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주력 수출품은 그대로고, 채산성은 악화됐다. 30년 전 1만원을 팔면 800원이 남았지만 지금은 320원 수준”이라며 “성장이 정체된 이유는 이 구조적인 수익성 저하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생존 전략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경제적 독립을 넘어서 일본과의 ‘이코노믹 콜리전’을 통한 규모 확대를 강조했다. “EU처럼 한국과 일본이 경제적으로 협력하고, 이후 아세안 등으로 확장하면 룰 테이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둘째, 해외 인재 유입을 통한 내수시장 확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국 인구의 10%를 해외에서 유입해야 한다. 단순 노동이 아닌, 전략 산업을 이끌 수 있는 고급 인재를 유치해 산업과 소비를 동시에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상품 수출에서 소프트 머니 수출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본원소득수지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낸다. 우리는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지식재산권과 K-푸드 등 문화 콘텐츠의 체계화를 통해 소프트파워 수익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구체적 방안으로 ‘메가샌드박스’를 제안했다. “대구를 소프트웨어 테스트베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시민이 소프트웨어 실험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산업 메카로 발전할 수 있다”며 지역 단위의 실험적 경제 모델을 강조했다.
그는 또 다른 해법으로 사회성과 인센티브 제도를 제안했다. “사회적 책임을 측정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하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며 “실제로 10년간 715억 원의 보상을 통해 5000억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연설 말미에 “이제는 생존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국회가 주도해 제도적 변화를 이끌고, 민관이 함께 새로운 경제 모델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수영으로 바뀌었는데 씨름만 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감한 변화와 도전"이라는 그의 발언은 한국 경제계에 깊은 울림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