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시대는 끝났다?’…
영리치 중심으로 재편되는 자산 포트폴리오, 가상자산·해외주식·실물자산 급부상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연구소가 4월 16일 발표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는 부자의 자산 관리 방식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올해로 발간 17주년을 맞이한 이 보고서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고액자산가와 차세대 부자 ‘영리치(Young & Rich)’의 투자 행태를 중심으로, 부동산 중심의 자산 증식 전략이 금융상품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부동산에 대한 태도다. 응답자의 과반수가 2025년 경기 및 부동산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부동산을 ‘지켜볼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졌다. 실제 부자의 부동산 매수 의향은 전년 대비 6%포인트 감소한 44%로 나타났고, 대신 예금, 금, 채권, ETF 같은 저위험 금융자산에 대한 선호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불황형 투자’가 자산가들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한 셈이다.
예금(40.4%)을 제외하면, 금(32.2%)과 채권(32.0%)에 대한 선호가 가장 높았고, 직접투자와 안정성을 결합한 ETF(29.2%)와 주식(29.0%)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채권 투자에 대해서는 아직 경험이 없는 자산가들의 신규 진입 의향이 높아, 향후 금융시장의 자산 흐름이 보다 안정성과 수익성의 균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목할 집단은 단연 영리치다. 40대 이하 고액자산가로 구성된 이들은 기존의 부동산 중심에서 벗어나, 금융투자와 새로운 자산군에 과감히 접근하는 행태를 보였다. 최근 5년간 연평균 6% 이상 증가한 이들은 ‘주식 네이티브’로서 자산의 42%를 투자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8명 중 1명은 주식을 미성년 혹은 취업 전부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통적 자산가인 ‘올드리치(50대 이상 부자)’와 비교할 때 5배에 달하는 수치다.
투자 성향도 다르다. 영리치는 국내보다 해외주식 선호가 높았으며, 투자 비중 역시 70:30에서 향후 60:40까지 확대할 계획을 보였다.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도 크다. 금, 예술품 등 가치 저장형 자산에 대한 보유율은 41%로, 특히 예술품에 대한 투자는 ‘취향과 수익’을 함께 추구하는 이들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가상자산(코인)에 대한 접근도 눈에 띈다. ‘위험하지만 도전할 만한 투자’로 인식하며, 실제 부유층의 1/3이 투자 경험이 있으며, 평균 투자금은 과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4종 이상의 코인을 보유한 경우가 다수였고, 단발성 투자보다 분산 매입 전략이 두드러졌다. 올해도 가상자산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50%를 넘겼으며, 이는 제도 미비와 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자들의 가상자산 투자는 곧 해당 시장이 성숙기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인지하면서도, 보다 학습 중심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부유층 투자자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대한민국 부자들의 자산 운용 전략은 ‘불확실성 속의 기회 포착’으로 요약된다. 리스크 회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한 금융상품과 글로벌 자산에 대한 다층적 접근을 통해 안정성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부를 유산이 아닌 기회로 여기는’ 영리치가 있다. 황선경 연구위원의 말처럼, “이들은 스스로의 투자 원칙을 갖고 금융을 삶의 도구로 활용하며, 부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세대”다.
2025년 대한민국, 부는 다시 움직이고 있다. 이번 리포트는 그 시작점에 금융이 있고, 그 중심에는 ‘똑똑한 젊은 부자’가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