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 금융사 및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융사 10곳 중 9곳이 국내의 비금융업 진출 규제가 글로벌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국내 금융사 210곳을 대상으로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영위 현황과 개선과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8.1%가 “비금융업 진출을 막는 규제가 경쟁력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응답했다고 12일 밝혔다.
또한, 71.5%의 금융사들이 비금융업을 함께 영위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비금융업을 운영하는 금융사는 39.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비금융업 확장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과 대비된다.
금융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과제로 ▲부수업무 범위 확대(55.2%) ▲자회사 출자 업종 확대(53.3%) ▲비금융사 출자 한도 완화(41.9%) 등을 꼽았다.
현재 한국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사의 주식을 5% 이내로만 보유할 수 있으며, 은행·보험회사의 경우 비금융사 출자가 15% 이내로 제한된다. 반면, 미국의 JP모건체이스는 여행 플랫폼을 운영하며 신용카드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2016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핀테크 기업 출자 제한을 완화하는 등 금융사들의 다각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해외 금융사들이 비금융업 확장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은 여전히 강한 규제에 묶여 있다. 실제로 유럽 최대 금융사 HSBC는 AI·보안·결제 서비스 기업을 인수해 2023년 매출 30% 증가, 모바일 결제액 220% 증가 등의 성과를 거두었으며, 일본 은행들은 지역상사 및 인력소개업 등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한상의 강석구 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는 금융사의 비금융업 영위가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예외적으로만 허용돼 글로벌 금융산업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기술과 금융이 융합하는 시대에 금융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업계와 대한상의는 정부와 협의해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