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리더십의 세대교체,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찾다"
최근 국내 금융권에 대대적인 리더십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KB금융, 신한금융, NH농협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들이 전례 없는 규모로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거나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안정 대신 변화를 택한 이유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에는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의 연속성을 중시했던 금융권이 이제는 변화를 통한 체질 개선과 세대교체를 강조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양종희 회장의 리더십 아래 그룹 계열사 4곳 중 3곳의 CEO를 교체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안정 속 변화를 꾀한다"는 기조 하에 이루어졌다. KB국민카드, KB라이프생명보험, KB데이타시스템의 새로운 수장으로 그룹 내 핵심 인재를 배치하며, 리더십의 연속성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했다.
특히 양 회장은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KB라이프 사장으로 발탁한 이환주 후보를 차기 KB국민은행장으로 내정하며, 그룹의 핵심 계열사에도 자신의 리더십 체제를 확고히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교체가 아니라, 그룹 전체의 방향성과 비전을 재정립하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진옥동 회장이 취임 2년 차에 단행한 이번 대규모 인사에서, 13개 계열사 중 무려 9곳의 CEO를 교체했다. 이는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고,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존 CEO 대부분을 교체하고 본부장급 인사를 과감히 발탁하는 ‘파격 카드’를 꺼내 든 진 회장은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변화를 강조했다.
특히 신한카드, 신한리츠운용 등 주요 계열사의 새로운 리더는 본부장급에서 발탁되었으며, 이는 직위보다 경영 능력을 우선시하겠다는 진 회장의 의지를 보여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강호동 회장이 전면에 나서며, 대규모 인사 교체와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강 회장은 전임 체제에서 선출된 인사들을 대폭 교체할 것으로 보이며,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에게 사표를 요구하는 등 조직 장악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대 사고를 발생시킨 계열사 대표의 연임은 제한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NH농협금융은 이석준 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용 은행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향후 인사 개편 방향에 따라 그룹의 경영 체질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받고 있다.
리더십 변화의 바람은 KB금융, 신한금융, NH농협금융뿐만 아니라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은 내년 초 대규모 인사를 통해 디지털 전환과 세대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하나금융의 함영주 회장은 ESG 경영과 디지털 금융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 개편을 준비 중이다.
이번 리더십 교체는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금융권이 직면한 글로벌 경기 침체와 디지털 금융 전환, ESG 요구에 대한 장기적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의 대규모 리더십 변화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변화를 통해 기회를 모색하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각 금융그룹의 리더들은 자신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대교체와 책임 경영, 디지털 혁신이라는 키워드가 중심이 되고 있다.
앞으로 금융권의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지만, 새로운 리더십이 주도하는 혁신의 물결이 국내 금융 산업의 미래를 밝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