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평론가 김승곤의 사진읽기
작품명: 때로는 초점을 흐리게
사진 :정승훈 作 ( 유한회사 현산 대표이사)
한국사진예술원 CEO과정 제25기
때로는 초점을 흐리게 정승훈 作
- 사진 : 정승훈 (CEO과정 제25기, 유한회사 현산 대표이사)
그림의 방식이나 미술사적인 의미, 경제적인 가치 같은 것을 별개로 치자면,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말해서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웃는 듯 마는 듯한 그 표정에서 난해한 수수께끼 같은 야릇한 느낌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신비한 미소’로 말하자면 단연 석불입니다. 투박한 솜씨로 돌을 새겨 만든 우리 석불 얼굴에서는, 뜬 듯 감은 듯한 눈이며 입가에 어렴풋이 보이는 인자한 표정에서 사람의 마음을 친근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진짜 신비한 미소를 보게 됩니다.
불교에서 미륵은 열반에 든 석가모니가 성불한 후에 미래의 사바세계에 나타나서 중생을 구한다는 보살을 말합니다. 부처의 시간으로 4천 년, 인간의 수명으로는 물경 56억 7천만 년이라고 하니, 기껏 백 년을 못사는 미물 같은 중생이 구제를 기다리기에는 조금 긴 시간인 것 같긴 합니다. 작년 이맘때, 성북동 산자락의 ‘우리옛돌박물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염화미소(拈花微笑)를 머금은 한없이 자애로운 모습의 돌부처가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11월 가을 찬비를 잠시 잊게 합니다.
70mm 렌즈의 조리개를 f/2.8로 열고 흐릿한 전경과 뒤쪽의 피사체에 선명한 대비를 만들어서 화면에 입체감과 원근감을 주었고, 얕은 피사계심도로 윤곽이 애매한 눈과 입, 얼굴에 피어 오르는 은은한 미소를 한층 신비롭게 만든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현실의 시간과 오랜 풍화에 깎이고 닳은 석불의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카메라 워크입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선명하게 초점이 맞은 뒤쪽 석불로 유도되지만, 정작 우리가 읽어내야 할 것은 오히려 앞쪽에 있는 흐릿한 석불의 미소에 담긴 길고 긴 시간의 여운이 아닐까요?
글 :김승곤(사진평론가, 국립순천대학교 전 석좌교수,한국사진예술원 주임교수)
쓰쿠바대학교 대학원 예술학 석사
니혼대학교 사진학, 고려대학교 국문학 학사
저서‘읽는 사진’
2004년 일본사진협회 국제상
2003년 제3회 이명동사진상
2010~2011 서울사진축제 초대운영위원장
2004~2006 동강사진마을 초대운영위원장
한국사진예술원 SPC사진클럽은 국내 최대 CEO를 위한 사진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며 다양한 작품활동과 전시회를 개최 하고 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