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가 산업의 뿌리를 키운다
한국 경제의 근본을 다질 100년 기업"
지난해 한 중견 가구 회사가 운영 80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 회사는 3대에 걸쳐 정직한 목재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소규모 가구 매장을 운영해왔으나, 급격한 대기업 중심 유통망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한국에서 백년가게, 즉 수십 년간 가족의 정성과 전문성을 지켜온 중소기업이나 상점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는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장수 기업들이 산업의 기반을 지키고, 경제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대기업 위주로 집중된 한국 경제 구조는 백년가게의 부족으로 인해 더욱 취약해질 위험이 커지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기업이 많아질수록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대기업 위주의 구조를 넘어서기 위해 백년가게의 중요성을 재조명할 때다.
백년가게란 무엇인가, 왜 한국에 필요한가?
‘백년가게’는 세대를 넘어 운영되는 상점이나 중소기업을 의미하며, 단순히 오래된 가게 이상의 상징적 가치와 신뢰를 지닌다.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장인정신을 쌓아온 기업들은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도 품질과 정체성을 유지해, 지역사회와 국가 경제의 견고한 뿌리가 된다.
한국에서 백년가게의 필요성은 특히 기초산업과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밀려 존속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대구의 방직공장과 같은 제조업 기초산업들은 오랜 시간 고용을 창출하고 산업 역량을 지탱해 왔다. 그러나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 속에서 이런 중소 제조업체들은 점점 자리를 잃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백년가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삼익피아노와 서울약령시 한방 상점
한국에서도 일부 장수 기업들이 존재한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삼익피아노로, 1958년에 설립되어 한국 피아노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삼익피아노는 국내외 시장에서 신뢰를 쌓으며, 음악 교육에 기여한 공로로 인정받고 있으며 삼익피아노가 60년 이상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품질 관리와 가족 경영의 일관성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는 서울 약령시에 위치한 한방 상점들이 있다. 300년 넘게 운영되어 온 상점들이 한약재와 전통 의학을 현대와 접목하여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이처럼 전통과 혁신을 결합해 생존해 온 백년가게들은 단순한 상점을 넘어, 문화와 산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 , 독일의 지멘스와 일본의 기쿠마사무네 양조장
독일의 지멘스(Siemens)는 1847년에 설립된 전기 및 전자 기업으로, 1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품질과 혁신을 유지해온 대표적인 사례다. 지멘스는 글로벌 산업과 인프라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며, 고용 창출과 기술 혁신의 중심에 서 있으며 이 회사의 성공은 기초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일본의 기쿠마사무네(Kikumasamune)는 1659년 설립된 사케 제조업체로, 3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본의 전통주 문화를 지켜오고 있다. 기쿠마사무네는 가족 경영과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일본 전통주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현대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도 전통적 가치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전통을 현대화하면서도 장수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미국 소매업과 일본 장수 기업의 위기
한편 미국의 백년가게 중 상당수는 대형 체인점과 온라인 쇼핑몰의 경쟁에 밀려 생존하기 어려웠다. 시어즈(Sears)와 같은 전통 소매업체들은 디지털 전환에 실패하면서 시장에서 점차 사라졌다. 시어즈는 한때 미국 가정의 필수 브랜드였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파산하고 말았다. 현재는 일본 또한 백년 넘은 기업이 3만 개 이상 존재하지만, 젊은 세대의 경영 참여 부족과 대기업 확산으로 인해 일부 전통 기업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제도적 지원 방안은?
세제 혜택, 기술 교육, 상속세 감면
이런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없을까?
민간 차원의 방안으로는 로컬 브랜드 구축과 마케팅 강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쿠마사무네는 전통주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도입해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다. 또한, 중소기업이 온라인 마켓에 진출하도록 돕는 디지털 마케팅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방안으로는 세제 혜택과 상속세 감면이 대표적입니다. 독일은 가업을 이어받는 상속세 부담을 줄여, 가족 기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전통 상점을 관광지와 연계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백년기업 인증제’를 통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중소기업청의 백년가게 인증 사업이 있지만, 좀 더 확장된 제도와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 정부가 장수 기업을 위해 별도 자금 지원과 경영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경제의 근간이 되는 백년가게의 생존 확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니다.
백년가게가 한국 경제에 주는 의미와 중요성
백년가게는 단순히 오래된 상점을 넘어 산업의 뿌리가 되는 기초 산업으로 자리할 수 있다. 백년가게가 많아질수록 한국 경제는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반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정민수 교수는 “백년가게는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핵심 요소”라며, “이들이 많아질수록 경제는 더 탄탄해진다”고 강조한다.
장수 기업이 많아지면, 산업의 다양성과 혁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100년 이상 운영되는 기업이 한국에서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의 미래는?
한국 경제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백년가게와 같은 장수 기업이 필요하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는 단기적인 성장에는 유리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다양성과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한양대 경영학과 김민재 교수는 “백년가게가 늘어날수록 경제가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다”며, “장수 기업을 키우는 것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질을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한국은 이제 대기업 중심의 구조를 넘어, 지역과 산업의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백년가게의 중요성을 재고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