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편집장 “주식으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기업의 시간을 샀다”
“더 많은 주식농부가 나와야 한다”… 주식농부 박영옥이 그리는 한국 증시의 새로운 길
[CEOin PREMIUM | 심층 인터뷰]
공장 노동자에서 증권분석가, 130여 개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농부’로… 한 투자자가 걸어온 길
“자본시장의 자산은 신용, 신뢰, 믿음”… ETF·레버리지 열풍 속 그가 던진 경고
주주권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세제 개편까지… 더 많은 ‘주식농부’를 키우려는 이유
주식시장에서 가장 느린 사람은 어쩌면 가장 멀리 내다보는 사람일지 모른다. 하루에도 수없이 주가가 오르내리고, 새로운 투자상품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그는 여전히 농부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좋은 기업을 찾아 씨앗을 뿌리듯 투자하고,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결실을 함께 나누는 일. ‘주식농부’ 박영옥이 오랫동안 강조해 온 투자 방식이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오늘의 주식시장은 농부의 밭과는 사뭇 다르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초 단위로 주가가 바뀌고, 투자자들은 인공지능(AI)이 분석한 정보와 상장지수펀드(ETF),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해 시장의 흐름을 쫓는다. 기업의 성장에 투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일의 주가를 예측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투자 수단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정작 투자의 본질을 둘러싼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주식농부’ 박영옥과의 인터뷰는 바로 그 질문에서 깊어졌다. 오랜 투자 경험과 자산 규모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할 법한 대화는 예상과 달리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향했다. 그는 주가지수가 얼마나 올랐는지보다 기업과 투자자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주목했다. 시장의 거래가 활발해지는 것과 건강한 투자문화가 자리 잡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일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이었다.- 편집자 주

“결국 자본시장의 자산은 신용, 신뢰, 믿음이거든요.”
그가 꺼낸 세 단어는 이번 인터뷰를 관통하는 화두였다. 기업은 투자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본을 조달하고, 그 자본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투자자는 기업의 성장에 참여하고 성과를 공유한다. 주식회사와 증권시장이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영옥 대표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기업의 성장이 주주 전체의 이익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ETF와 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단기 거래문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충돌, 배당과 주주권 보호, 상속·증여세를 비롯한 제도적 과제까지 그의 이야기는 폭넓게 이어졌다. 인공지능이 바꿔놓을 산업과 투자 환경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현안을 오가던 대화가 결국 도달한 곳은 한 사람의 투자철학이었다.. 중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일하던 청년이 증권분석가를 거쳐 ‘주식농부’로 불리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자본시장을 향한 그의 문제의식도 조금씩 선명해진다.
공장에서 여의도까지… 기업의 현장을 경험한 청년, 자본시장을 만나다
박영옥의 투자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면 여의도의 증권가보다 먼저 공장이 등장한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올라와 3년 7개월 동안 공장생활을 했던 시절을 회고했다.
“나는 중학교 졸업밖에 안 했거든.”
그는 당시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면서 자신이 몸담았던 기업의 미래 가능성을 살펴봤던 기억도 꺼냈다. 오늘날 기업의 재무제표와 사업 전망을 분석하는 투자자에게 기업은 숫자로 표현되지만, 그 숫자 뒤에는 제품을 만들고 기술을 개발하며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박영옥에게는 그 생산의 현장을 직접 경험한 시간이 있었다.
공장을 떠난 뒤 그는 학업을 이어갔고, 증권 분석 분야에 관심을 넓혀갔다. 그는 1987년 12월 대학 3학년 때 한국증권분석사 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대학생 합격자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자격 취득을 계기로 대학 4학년 때 현대투자연구소에 특별채용됐다고 설명했다.1988년 무렵에는 투자 관련 주간 정보지를 제작하는 업무를 맡았다. 직원들과 함께 투자전략과 시장정보를 정리해 일주일에 한 권씩 발간하는 일이었다. 인터넷에서 기업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던 시절, 시장의 움직임을 읽고 자료를 분석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은 자본시장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훈련이기도 했다.
“그때 내가 이 자본시장의 틀을 많이 배웠던 거죠.”
그 시절의 기억은 증권정보를 만드는 일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한국 증권시장의 미래를 주제로 당시 주요 정치인들의 의견을 듣는 취재를 진행했던 경험도 소개했다. 김대중·김영삼·노태우 등 정치권 인사들과 관련된 일화를 꺼내며 경제정책과 자본시장의 관계를 살펴봤던 시간을 돌아봤다.
공장에서 생산 현장을 경험하고, 대학에서 증권 분석을 공부하고, 투자정보를 발간하며 시장을 관찰했던 청년은 이후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길로 들어섰다. 제조업의 현장과 금융시장을 모두 경험한 이력은 그가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그에게 주식은 화면 위에서 오르내리는 숫자이기 전에 누군가의 사업이며, 기술이고, 미래를 향한 도전이었다.
“주식회사 제도와 증권시장은 최고의 공유 시스템”… 그가 주식에 주목한 이유
투자의 의미를 묻자 박대표의 이야기는 개별 종목이나 시장 전망을 넘어 주식회사 제도의 역사로 확장됐다.
“주식회사 제도와 증권시장이 인간이 만들어진 최고의 공유 시스템이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는 여러 사람이 자본을 모아 기업의 사업에 참여하고, 기업이 성장하면 그 성과를 나누는 주식회사 제도를 높이 평가했다. 투자자는 기업에 자본을 제공하고, 기업은 그 자본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을 확대하며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다.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대신 성장의 결실도 공유하는 구조다.
그는 근대적 주식회사와 자본시장의 발전, 미국의 경제성장, 중국의 시장경제 요소 도입 등을 언급하며 자본시장이 산업 발전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경제사의 과거보다 오늘의 한국에 있었다.한국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조 기반과 우수한 인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기업이 성장해 만들어낸 가치가 주주 전체의 이익으로 공정하게 연결되는가 하는 점이다.
그는 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반주주가 그 성과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거나,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이 쌓이는 상황에서는 장기투자가 뿌리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게 주식회사 약속이 제대로 안 지켜지고요. 자본시장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되니까 결국 자본시장의 자산은 신용, 신뢰, 믿음이거든요.”
그가 말하는 신뢰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다. 투자자가 보유 지분에 상응하는 권리를 인정받고, 기업이 경영성과를 합리적으로 배분하며,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서 출발한다.
기업을 오래 믿고 투자하라고 권유하기 전에 기업과 시장이 그 믿음에 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농부가 이야기하는 장기투자의 조건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개인의 투자 습관을 넘어 기업지배구조와 제도의 문제로 이어진다.
ETF는 편리해졌지만, 투자는 짧아졌다… 그가 우려하는 주식시장의 변화
대화가 한국 증시의 현실로 옮겨가자 박영옥 대표는 ETF를 비롯한 금융상품 중심의 거래문화에 문제를 제기했다.
“ETF 상품이라는 게 굉장히 좋은 상품이야. 편하잖아요.”
그는 ETF의 장점을 먼저 인정했다. ETF는 특정 지수나 산업, 자산에 비교적 손쉽게 투자할 수 있고, 개별 종목을 직접 선택하는 부담을 줄여준다. 장기적인 분산투자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다만 그가 우려하는 것은 상품 자체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향하는 방향이다. 지수의 상승과 하락에 투자하는 상품,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 등이 다양해지면서 기업의 사업과 성장 가능성을 연구하는 투자보다 단기적인 가격 변화를 예측하는 거래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투기적 거래에 지금 치중되는 시장이 우리 자본시장이 지금 현실이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개인투자자만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거래소, 금융당국 등 자본시장을 구성하는 기관들의 역할도 함께 짚었다. 금융상품의 공급과 거래 확대가 중요하더라도 시장의 중심에는 투자자와 기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자본시장 하면 투자자가 있고 기업이 있잖아요.”
기업이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그 성과를 공유하는 관계가 자본시장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ETF 시장의 성장을 투기 확대와 동일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 일반적인 지수 추종 ETF는 장기 분산투자의 수단이며, 활발한 거래는 시장의 유동성과 가격 발견에도 기여한다. 그의 문제 제기는 이러한 기능을 부정하기보다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는 투자보다 단기 매매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투자문화에 대한 우려에 가깝다.그는 시장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오느냐 못지않게 그 자금이 기업의 성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주가지수가 높아지는 것만으로 건강한 자본시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업의 성과를 투자자와 나눠야 한다”… 배당과 주주권 보호가 필요한 이유
박영옥 대표의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배당과 주주권 보호로 이어졌다. 장기투자를 권유하려면 투자자가 기업을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는 이유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고 성장하면 그 성과가 주주에게 돌아가야 한다. 배당과 기업가치 상승을 통해 투자자가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만 의존할 필요도 줄어들 수 있다.
물론 모든 기업이 같은 수준의 배당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에 필요한 재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은 기업의 사업 단계와 재무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성과를 어떻게 활용하고 주주와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는가 하는 점이다.그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충돌 문제도 함께 언급했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그 가치가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장기투자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다. 기업의 미래보다 당장의 주가 움직임에 의존하는 투자문화가 강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대표가 주주권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기투자는 투자자 개인의 인내심만으로 정착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신뢰를 쌓고 제도가 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때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법에서 상속·증여세까지… “자본시장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의 정책 제언은 기업지배구조에서 세제 개편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사의 충실의무, 감사위원 선임과 관련한 3% 룰, 집중투표제, 자사주 소각, 기업가치 평가 방식,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행위에 대한 대응 등을 폭넓게 언급했다.
각각의 제도는 적용 대상과 입법 취지가 다르지만, 그가 강조한 방향은 기업의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주주가 공정하게 대우받는 시장을 만들자는 데 모아졌다.특히 기업 승계 과정에서 지배주주에게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배주주의 이해관계가 일반주주의 이익과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범죄에 대한 감독과 처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상속·증여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책 구상도 내놨다.
“나라면 20%대로 내가 낮추겠다.”
그는 높은 세 부담이 기업 승계와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세율을 20%대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다만 상속·증여세 인하가 실제 투자 확대나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기업 승계의 안정성뿐 아니라 조세 형평성, 세수, 자산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그의 제언에서 주목할 부분은 개별 정책의 찬반을 넘어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과제를 연결해서 바라본다는 점이다. 기업이 장기적인 사업에 집중하고 투자자가 그 성과를 공유하려면 주주권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기업가치 평가, 세제의 방향이 서로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130여 개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의 역설… “한두 기업과 평생 동행해도 된다”
박영옥 대표는 인터뷰에서 약 130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의미 있는 규모로 투자한 기업은 약 50개 정도라는 설명도 덧붙였다.개인투자자가 관리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기업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투자 규모를 일반투자자가 따라야 할 기준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업 한두 곳을 찾아 오랫동안 동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그가 강조하는 것은 보유 종목의 숫자보다 기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기업의 사업구조와 경쟁력을 살피고,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며, 적정한 가격에 투자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그는 삼양식품의 장기적인 주가 상승 사례를 들며 기업의 성장에 동행하는 투자의 의미를 설명했다. 특정 기업을 오랫동안 보유했다면 큰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과거의 높은 수익률이 미래에도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장기투자 역시 기업의 경쟁력과 매수가격, 사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그가 강조한 것은 단순히 오래 보유하는 행위보다 기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투자다.박대표가 전하고 싶은 것은 특별한 투자자의 재산 규모가 아니라 누구나 기업을 공부하고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누구나 나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 말은 누구나 같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약속이 아니다. 기업을 이해하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투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에 가깝다.
“선한 눈으로, 선한 마음으로”… 주식농부의 투자 철학
‘주식농부’라는 이름에는 박영옥이 기업을 바라보는 태도가 담겨 있다. 농부가 씨앗을 심고 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듯, 기업을 발굴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성장의 결실을 기다린다는 의미다.그는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설명하면서 농부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농부의 마음으로 기업을 발굴하고 영속적 기업의 장기 투자를 원칙으로 하면서 기를 수 있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투자를 한다라고 그러잖아요.”기업을 바라보는 태도에 관한 말도 이어졌다.
“선한 눈으로, 선한 마음으로 세상의 본질을 정확하게 봐야 합니다. 차칫 자신만의 협소한 시야로 볼수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선한 시선은 기업 가능성의 본질을 정확하게 발견하려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과 위험을 판단하는 일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쟁력, 경영진의 판단, 산업환경의 변화까지 살펴야 비로소 투자 판단이 완성된다.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도 시장 전체가 단기적인 수익을 좇는 방향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지는 현상을 우려했다. 그의 투자 철학은 모든 단기 거래를 부정하는 규칙이라기보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투자 판단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원칙에 가깝다.
“한 사람의 성공보다 여러 명의 주식농부”
이번 인터뷰에서 또 하나의 화두는 새로운 투자자를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였다.주식시장에도 젊은 농부를 키우듯 기업을 발굴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을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짧게 답했다.
“누군가가 그걸 해야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투자 철학을 전하기 위해 책을 써왔고 후학들에게도 이를 알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성공담보다 기업을 이해하고 투자하는 방법을 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좋은 기업 한두 곳을 찾아 오랫동안 동행하는 투자도 가능하다는 그의 설명에는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을 공부하고 자신의 판단을 갖추기를 바라는 생각이 담겨 있다.그러나 그는 투자자의 노력만으로 시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앞서 언급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 보호, 배당문화의 정착을 함께 강조한 이유다.
기업을 믿고 오래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장기투자자도 늘어날 수 있다. 더 많은 주식농부를 키운다는 그의 구상은 투자자 교육을 넘어 자본시장의 제도와 문화에 관한 문제로 연결된다.
AI가 기업을 분석하는 시대… 투자자에게 남는 것은 판단력
대화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산업과 투자 환경의 변화로 이어졌다.
박대표는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AI 전환(AX)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와 자동화, 로봇 기술이 기업의 업무방식과 노동시장, 산업 경쟁력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그는 자신의 투자와 관련된 상황을 AI에 질문해 본 경험도 소개했다. 기업의 지분 매각을 둘러싼 외부의 해석과 AI의 분석을 비교하며 새로운 기술이 정보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방식에 관심을 보였다.그가 주목한 것은 정보의 양보다 그것을 통합하고 판단하는 능력이었다.
“융합적인 사고, 통합적인 어떤 이런 그... 사고.”
그는 이어 여러 정보를 선택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AI는 기업정보를 분석하고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투자 판단을 언제 수정할 것인지는 여전히 투자자의 몫이다.기업의 경쟁력과 경영의 지속성, 적정한 매수가격,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살피는 일도 마찬가지다. 기술은 정보를 얻는 방식을 바꾸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지는 투자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주식투자는 우리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 주식농부가 남긴 질문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갔던 이야기는 다시 주식투자의 본질로 돌아왔다.공장에서 일했던 젊은 시절부터 증권분석가로 시장을 공부하던 때, 수많은 기업에 투자하며 쌓아온 경험까지. 그가 지나온 시간은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이 변화해 온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기업의 성장을 지켜봤고, 주식시장의 활황과 침체를 경험했으며, 투자 수단과 거래 방식이 달라지는 모습도 목격했다.이제 인공지능이 기업을 분석하고 금융상품이 더욱 복잡해지는 시대를 맞았지만, 그가 강조하는 투자 원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식 투자라는 게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투자를 하는 거거든요.”그의 말대로 주식투자는 기업이 만들어갈 미래에 자본을 보태는 일이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통해 성장의 기회를 찾고 투자자는 그 가능성을 평가해 위험과 성과를 함께 나눈다. 자본시장은 이 두 주체가 만나는 곳이다.그러나 기업이 성장해도 그 결실이 주주에게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거나, 투자자가 기업의 미래보다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박영옥 대표가 주주권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배당문화와 투자자 교육을 함께 강조하는 이유다.
물론 그의 주장이 모두가 하나의 해답인 것은 아니다. ETF와 레버리지 상품은 투자 목적에 따라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고, 세제 개편 역시 기업의 성장과 조세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다만 그의 문제 제기는 주식시장의 성장을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하던 청년은 세월이 흘러 130여 개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농부’가 됐다. 인터뷰 내 그가 관심을 두는 것은 자신의 투자 성과를 더 크게 알리는 일이 아니라 기업을 이해하고 그 성장에 동행하는 투자자가 더 많이 나오는 일이었다.한국 자본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주식농부를 길러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가 한국 증시에 던진 경고는 결국 그 질문으로 돌아온다. 더 빠르게 사고파는 시장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기업과 투자자가 더 오래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 것인가.
그 선택은 주식농부 한 사람의 투자철학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