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기자 [CEOin PREMIUM=이상용 기자]
9,737억 규모 딜 성사…장기계약 포함 일괄 양도
2018년 인수 후 영업이익 5배 성장, ‘스팟→장기계약’ 전략 통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포트폴리오 기업인 SK해운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0척을 약 9,737억원에 팬오션에 매각한다. 단순 선박 매각을 넘어, 장기 화물운송계약까지 포함한 일괄 양도라는 점에서 해운업계 구조 재편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매각되는 VLCC 10척은 국내 주요 정유·에너지 화주와 체결한 장기 운송계약에 투입된 선박이다. 해당 계약 역시 팬오션에 함께 이전된다. 통상 VLCC는 30만 DWT급 이상 초대형 유조선으로, 원유 장거리 수송의 핵심 자산이다. 업계에서는 “현금 흐름이 확정된 자산의 매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SK해운은 이번 거래로 확보한 약 1조원의 현금을 신성장 동력 확보에 투입할 계획이다. 친환경 선박 확대, LNG·가스선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 재무구조 개선 등이 유력한 투자처로 거론된다. 글로벌 해운업이 탄소 규제 강화와 친환경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곡점에 진입한 만큼, 자본 재배치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한앤컴퍼니는 2018년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 SK해운 경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해운 시황은 변동성이 컸고, SK해운 역시 운임 변동에 민감한 스팟(Spot) 사업 비중이 높았다. 인수 이후 한앤코는 사업 체질을 ‘장기계약 중심’ 구조로 전환했다. 장기계약은 운항 원가에 일정 마진을 더하는 구조로, 시황 급등락과 무관하게 안정적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
이 전략은 숫자로 증명됐다. 인수 당시인 2018년 733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4년 3,957억원으로 약 5.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2,317억원에서 6,409억원으로 2.8배 성장했다. 해운업 특유의 고정비 구조를 감안하면 질적 개선이 동반된 성장이라는 평가다.
특히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기업인 카타르에너지와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우량 화주 확보에도 성공했다. 이는 단순 자산 매각이 아닌, 수익 구조의 고도화라는 점에서 PEF 운용 전략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팬오션 입장에서도 전략적 의미가 크다. 안정적 장기계약 기반의 VLCC 자산을 확보함으로써 유조선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게 된다. 해운 시황이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확정 수익 자산 확보는 재무 안정성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거래는 해운업 내 자산 재편 흐름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글로벌 에너지 수송 구조가 LNG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원유 운반선 자산의 전략적 매각은 포트폴리오 고도화 과정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1조원 규모의 딜은 단순 매각이 아니다. 한앤코가 8년간 다듬어온 SK해운 체질 개선의 중간 결산이자, 친환경·가스선 중심 미래 전략을 위한 재도약의 발판이다. 자산의 선택과 집중이 기업 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해운 산업에서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