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팀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과의 법적 공방을 스스로 멈췄다.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경영개선권고’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전격 취하하면서다. 본안 첫 변론기일이 오는 5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회사 측이 소를 거둬들이며 분쟁은 일단락됐다. 다만 신종자본증권 이자 지급 정지 상태는 유지된다.
롯데손보는 13일 공시를 통해 “금융위의 경영개선권고 조치에 따라 신종자본증권 이자 지급이 정지된 상태이며, 이번 소송 취하로 이자 지급 정지에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법적 대응과 별개로 감독당국의 행정조치가 여전히 유효함을 의미한다.
사건의 출발점은 지난해 11월이다. 금융당국은 롯데손보에 대해 적기시정조치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했다. 회사 측은 비계량평가 결과를 근거로 한 조치가 위법 소지가 있다며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가처분은 지난해 말 기각됐다. 이후 당국은 지난달 말 롯데손보가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에 대해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며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사전 통지 절차를 거쳐 한 단계 상향된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자본 확충, 자산 매각, 영업 제한 등 보다 강도 높은 경영정상화 조치를 요구하는 단계로, 보험사의 영업 전략과 재무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위는 롯데손보로부터 경영개선계획서를 다시 제출받아 재심사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건전성 지표는 일정 부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잠정 지급여력비율(K-ICS)은 159.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19.9% 대비 39.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K-ICS는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금융당국은 통상 100% 이상 유지를 요구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150% 이상을 안정권으로 평가한다. 다만 감독당국은 단순 수치 개선보다 자본의 질과 구조적 리스크 관리 역량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반등이 즉각적인 규제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K-ICS가 150%를 상회했더라도 자본조달 방식과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며 “감독당국은 일회성 개선이 아닌 중장기 자본관리 계획의 실효성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종자본증권 이자 지급 정지 조치는 투자자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자본시장에서의 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롯데손보의 소송 취하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기 소송전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고, 감독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재심사 국면에서 실질적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향후 관건은 수정된 경영개선계획의 구체성과 자본 확충 로드맵의 현실성이다.
금융당국의 최종 판단은 롯데손보의 경영 자율성뿐 아니라,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감독 기조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수치 개선을 넘어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은 롯데손보가 재심사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