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연말도 없다… 총수들이 직접 움직였다, ‘10년 미래’ 건 혁신 전쟁의 신호탄
  • 프로필이미지 김진범 기자
  • 등록 2025-12-27 23:16:05

기사수정

연말도 없다… 총수들이 직접 움직였다, ‘10년 미래’ 건 혁신 전쟁의 신호탄
이재용·정의선·구광모, 반도체·자율주행·AI 현장으로 직행… 위기 속 ‘현장경영’이 전략이 되다

연말이면 통상 조용해지는 재계 총수들의 일정이 올해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정기 인사를 마친 직후에도 주요 그룹 총수들이 반도체 공정, 자율주행 시험차, 글로벌 기술 협력 현장을 직접 챙기며 ‘연말 휴식’ 대신 ‘현장 점검’을 선택했다. 내년 한 해의 성과가 아니라, 향후 10년 그룹의 운명을 가를 미래 사업의 성패가 걸려 있다는 판단이 총수들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게 만들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크리스마스를Image 하루 앞둔 24일, 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거점인 포티투닷을 직접 찾았다. 경기 성남 제2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사옥에서 아이오닉6 기반 자율주행차를 시승하며, 판교 일대 실제 도로 환경에서 기술 수준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차량에는 엔드투엔드(E2E) 방식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돼 카메라 8대와 레이더 1대를 통해 도로 상황을 인식하고, ‘아트리아 AI’가 주행 판단과 제어를 스스로 수행한다.

정 회장은 시승 후 개발진을 격려하며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문은 자율주행 전략을 이끌어온 송창현 전 포티투닷 대표 퇴임 이후 처음 이뤄진 공식 현장 행보로, 테슬라와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Image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현대차그룹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로보택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AI 기반 모빌리티가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축이라는 점을 총수가 직접 확인한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행보도 다르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 22일 경기 기흥캠퍼스에 위치한 DS부문 차세대 연구개발 단지 ‘NRD-K’를 방문해 첨단 복합 반도체 R&D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NRD-K는 공정 미세화의 물리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차세대 설계·소재·공정 기술이 집약된 핵심 거점이다.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지 약 일주일 Image만에 곧바로 반도체 현장으로 향한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이번 방문을 단순한 연말 격려 차원을 넘어 ‘메모리 1위 탈환’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내년 6세대 HBM4 양산 경쟁에서 주도권을 되찾아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반도체 사업의 성패가 그룹 전체 실적과 기술 리더십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총수의 현장 점검은 내부에 명확한 방향성을 던지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같은 날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메일을 통해 신년사를 전하며 ‘기존 성공 공식의 한계’를 직설적으로 짚었다. 구 회장은 “기술의 패러다임과 경쟁의 룰이 바뀌고 고객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부족하며,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현장 방문 대신, 구성원 전체를 향한 메시지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전략적 전환을 주문한 셈이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에 더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포함한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은 내달 초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사절단은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이끌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일부 총수들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6 현장을 찾아 글로벌 기술 협력과 미래 사업 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다.

연말도 잊은 총수들의 현장경영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반도체, 자율주행, AI, 차세대 디지털 기술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위기의식이 재계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휴식보다 현장을 택한 선택은, 2026년 이후 한국 대기업의 경쟁력이 어디서 결정될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기업해외진출노하우공유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