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기자 신동빈, 지배구조보다 ‘생존’에 방점… 원롯데 전략이 다시 전면에
호텔롯데 상장 지연 장기화 속 한·일 협력 강화… “위기 뚫는 현실적 선택”
롯데그룹이 다시 ‘원롯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10년 전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며 구축된 한·일 통합 전략이 호텔롯데 상장 지연, 면세업 부진, 내수 침체 등이 겹친 가운데 그룹의 생존 전략으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배구조 재편보다 경영 전반의 ‘생존력 회복’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5년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시기에 등장한 ‘원롯데(One Lotte)’ 전략이 올해 들어 다시 그룹 핵심 기조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하며 대표이사에 오르고,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원리더 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2017년 한국 롯데지주를 출범시키고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구조를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등 지배구조 투명화를 추진했다. 순환출자 고리는 기존 50개에서 13개로 줄었고, 2018년에는 분할·합병을 통해 모두 해소됐다.
그러나 과제로 남은 호텔롯데 상장은 여전히 요원하다.
2016년 검찰 수사,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상장 추진의 적기를 놓쳤고, 면세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호텔롯데의 실적 기반도 약화됐다.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이 “면세사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상장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지배구조 개편이 난항을 겪자 그룹 내부에서는 원롯데 전략이 사실상 생존 해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23년 롯데의 재계 순위가 5위 밖으로 밀려났고, 지난해에는 유동성 위기설까지 나오는 등 불안한 신호가 이어지면서다.
이에 따라 식품·호텔·모빌리티·바이오 등 전 사업군에서 한국과 일본 롯데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한·일 롯데가 첫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선정한 ‘빼빼로(포키)’ 프로젝트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며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한국 롯데는 내수 부진, 일본 롯데는 규모 확장 한계라는 서로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며 “양국이 각자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원롯데 전략이 그룹의 단기적 위기 대응에 유용한 카드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동빈 회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지배구조 정리라는 장기 과제보다 지금 당장의 생존과 체력 회복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룹 차원의 위기감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한·일 협업 강화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원롯데는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이라고 설명하며, 호텔롯데 상장 문제는 별도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