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팀 HD현대가 마침내 ‘오너 3세 시대’의 문을 열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HD현대 수석부회장이던 정기선(44)이 17일 회장으로 공식 선임되면서, 그룹은 권오갑 회장 체제의 전문경영인 시대를 마감하고 ‘오너 중심의 통합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조선·에너지·건설기계의 삼각축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리빌딩(Rebuilding)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HD현대는 이날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하고, 권오갑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권 회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50여 년간 조선 현장을 누비며 ‘현대중공업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 인물이다.
그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유가 급락, 산업 구조조정 등 수차례 위기 속에서도 ‘현장 중심 경영’과 ‘기술 우선주의’로 HD현대를 지탱한 주역이었다.
그의 재임 기간 중 그룹은 지주사 체제 출범, HD현대 브랜드 통합, 한국조선해양 설립 등 대형 구조 개편을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재계는 “권오갑 체제는 그룹의 안정화를 이끌었다면, 정기선 체제는 본격적인 혁신을 향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정기선 신임 회장은 연세대 경제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MBA를 졸업하고, 2009년 현대중공업 기획실 재무팀으로 입사했다.
이후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를 거치며 재무, 영업, 기술 부문을 두루 경험했다.
현재는 지주사 HD현대와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으며, 이번 인사를 통해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대표직까지 맡았다.
그는 그룹 전반의 경영 라인을 직접 관할하며, 조선·에너지·기계의 삼각축 통합전략을 주도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기술의 힘으로 미래를 바꾸는 기업,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HD현대를 만들겠다”며 ‘퓨처십(Future Ship)’, ‘그린 에너지’, ‘스마트 모빌리티’를 3대 전략축으로 제시했다.
최근 정 회장은 조선 부문에서 ‘퓨처십(Future Ship)’ 전략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이는 친환경 연료, AI 자율운항 기술, 고효율 엔진 시스템을 결합한 미래형 선박 프로젝트로, 글로벌 조선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려는 포석이다.
특히 미국·유럽 조선업계와의 공동 기술 협력 및 친환경 선박 인증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며,
LNG·암모니아·수소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조선산업은 더 이상 단일 산업이 아니다. 에너지, 데이터, 인공지능이 결합된 산업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 중심의 사업 구조에 더해, 정 회장은 에너지와 건설기계 부문 혁신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번 인사에서 HD현대중공업 이상균 사장과 HD현대사이트솔루션 조영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실적이 부진한 상태다.
정 회장은 직접 공동대표직을 맡아 글로벌 공급망 효율화, 디지털 전환, 전동화 장비 개발 등 체질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에너지 부문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와 함께 수소·암모니아 기반의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정기선 회장의 경영 철학은 ‘혁신과 유산의 균형’이다.
그는 과거 여러 인터뷰에서 “혁신은 전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한 형태로 이어가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권오갑 명예회장이 다져놓은 현장 중심의 기업문화 위에 디지털·친환경·글로벌화를 결합하는 리더십 모델을 그린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선 회장은 오너 3세지만, 15년간 현장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실무형 리더’”라며 “경영 철학과 기술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유형의 K-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계는 이번 인사를 HD현대의 “뉴 HD시대” 개막 선언으로 본다.
HD현대는 이미 50여 개 계열사를 아우르는 글로벌 제조·에너지 그룹으로 성장했으며,
향후 정 회장 체제에서는 ‘기술 기반의 ESG 경영’, ‘데이터 중심의 제조 혁신’, ‘지속가능한 글로벌 리더십’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