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편집장 “기업이 아닌
한 사람의 사명을 보았다”
토종닭에서 난황 레시틴까지,
고센농장 창업자
이경용 고센바이오텍 회장의 ‘죽음을 밀어내는’ 서사
남양주시 와부읍. 회색 하늘 아래 비가 실핏줄처럼 내리던 날, 고센 본사 앞 도로는 젖은 흙냄새로 가득했다. 맑은 날보다 풍경은 더 낮고, 더 차분했다. 유리 커튼월과 대리석 로비를 예감하고 출발했지만, 실제로 마주한 것은 연구실과 작업동, 그리고 빗물 흔적이 남은 방사형 계사였다.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유리창을 ‘톡톡’ 두드릴 때, 우산을 직접 들고 인사를 걷낸 창업자 이경용 회장은 회사 소개서를 꺼내는 대신. 그는 아주 오래된, 단 하나의 질문을 꺼냈다.
“그럼 사망에서 사망을 도말할 수 있는…”
그리고 곧바로 이어졌다.
“그것이 지식이냐 물질이냐 과학이냐.”
이곳이 단순한 농장도, 한 줄 설명으로 끝나는 바이오 기업도 아님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비가 적시는 현장 위로, 한 사람의 체험과 철학, 토종닭 복원 기록, 난황 레시틴의 분자까지 이어지는 긴 서사가 조용히 펼쳐지고 있었다. -편집자 주
“사망을 도말하라”
죽음의 문턱에서 시작된 이야기,
신앙이 경영으로 번역되다
이경용 회장의 이야기는 관념이 아니라 체험에서 시작됐다. 긴 병상 끝, 그는 가족에게 “무덤을 파달라”고 유언했을 만큼 깊은 절망을 통과했다. 회상은 직설적이다.
“죽기 직전까지 갔어… 혼자 죽으려고 결심을 했어요… 내가 일주일 있다가 죽을 테니까 내 무덤 하나를 파다오. 30년 후에 처 자식이 나를 찾거든 알려줘라… 그렇게 유언을 했어요.”
7개월 가까이 식물인간처럼 누워 있던 그가 산중 기도실에서 들었다는 한 문장은 삶의 방향을 바꿨다.
“하나님이 함께 하십니다. 당신의 시체는 없습니다.”
이경용 회장은 어떤 방식으로 경영할 것인가라는 실천의 언어로 번역됐다. 즉, 죽음을 밀어내는 방향으로 산업을 설계하고, 그 방향에 맞지 않는 것은 과감히 버린다는 원칙이다. 비 내리는 현장에선 숫자보다 먼저 그 원칙이 또렷했다.그날 이후를 그는 이렇게 적었다.“그날부터 일어난 겁니다. 기적적으로 깨어난 겁니다. 죽으면서 깨어난 거예요. 그날부터 22시간씩 잠자던 게 없어졌습니다.”창밖의 산은 “세마포를 깔아놓은 것처럼” 하얗던 겨울. 그는 그때부터 자기의 몸을 실험대삼아 신앙과 생명의 문제를 다시 검증하기 시작했다.
기성 종교에 대한 평가는 단호했다.“불교, 기독교, 천주교, 전부 부처다 예수다 하나님이다 떠들었지만, 그 누구도 그걸 못 했어요. 예수를 믿으면 영생한다 했는데 지금까지 죽었습니다. 그럼 뭐냐는 거죠. 맹목적으로 믿으면 안 됩니다. 맹목적으로 믿는 것은 미신과 같은 겁니다.”그에게 신앙은 증거와 회복이었다.“하나님은 살아계신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살아계신 증거가 뭐냐는 겁니다. 증거 없이 맹목적으로 믿어라? 그건 안 됩니다.”
그리고 구원의 정의를 성서의 언어로 환기한다.
“메시아 그리도는 바로 구원자입니다 구원자. 구원이라는 말은 물에서 건져낸다는 뜻이야. 노아 방주 때… 다시는 물로 멸하지 않겠다는 원약이 하나님의 구름 가운데 무지개를 두었다는 얘기입니다.”
결론은 명료하다.
“우리 육체가 생명이 떠나면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사망병 들린 자가 생명의 부활이 회복되는 거를 부활이라고 말해요.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면 사망을 낳잖아요. 죽을 목숨, 천하만물을 다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냐.”
이 믿음은 무엇을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경영할 것인가라는 실천의 언어로 번역됐다. 즉, 죽음을 밀어내는 방향으로 산업을 설계하고, 그 방향에 맞지 않는 것은 과감히 버린다는 원칙이다. 비 내리는 현장에선 숫자보다 먼저 그 원칙이 또렷했다.
“암닭 셋에서 시작된 산업”
토종닭 복원, 통일닭 보존, AI(조류독감)와의 대결까지
그의 회복 직후, 삶은 뜻밖의 방식으로 다시 움직였다.
“이재달 장군이 닭 3마리 토종닭을… 몸보신하라고… 길러라고 보냈어.”
문제는 모두 암닭이었다.
“암닭만 3마리니까… 봄에 알을 낳더라고… 그건 무종란이잖아. 유종란을 만들려고 수탉을…”
그는 팔당과 서울 근교를 전전하며 수탉 한 마리를 구했다. 알은 유정란이 되었고, 병아리는 울었다. 작은 마당은 곧 농장이 되었고, 농장은 복원과 보급의 거점이 되었다.
“차가 다 만차가 돼서 오고 갈 수가 없었어. 그때부터 고센농장이 된 거야. TV에 300번 나왔어요. 재래 토종닭이 멸종된 거를 복원한 농장이 고센농장이고, 그 보급으로 재래 토종닭이 살아났습니다.”
이회장 에게 닭의 울음은 한 세대의 기억과 겹친다.
“1919년 3.1운동… 우리 백성들이 총칼이 없고 태극기밖에 들고 외칠 수가 없어… 미명의 새벽 닭소리… 대한민국의 기상이 그 태극기를 대신할 것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낸 북한 토종 ‘개마고원닭’(일명 통일닭)의 명맥 보존. 관리 개체가 도태되며 사라질 위기에 놓였을 때, 고센은 사육·번식 기술로 종자를 이어받아 보존에 나섰고, 남한 토종과의 교잡(‘통일닭’ 프로젝트)을 통해 상징을 유전자의 언어로 새기는계획을 그렸다.복원은 단순한 사육 기술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과 정체성을 잇는 일이었다. 이 흐름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상징으로 이어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낸 북한 토종 ‘개마고원닭’(일명 통일닭)의 명맥 보존. 관리 개체가 도태되며 사라질 위기에 놓였을 때, 고센은 사육·번식 기술로 종자를 이어받아 보존에 나섰고, 남한 토종과의 교잡(‘통일닭’ 프로젝트)을 통해 상징을 유전자의 언어로 새기는계획을 그렸다.그러나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사태가 모든 것을 흔들었다. 반경 3km 일괄 살처분 명령은 복원 농가에도 예외가 없었다. 지도상 직선 1.3km였지만 산악에 둘러싸여 실거리 최소 5km, 검역본부 직원이 “이렇게 완벽한 곳은 처음… 바이러스가 침투할 곳이 없겠다”고 말할 정도의 격리 입지였지만, 행정은 냉정했다.“무조건 살처분해서 3,700만 마리나 죽여가지고… 계란값, 닭값을 폭등시킨 장본인입니다… 그래서 재판을 걸어서 대법원까지 갔습니다.”피해는 치명적이었다.
“2년 가니까 닭이 다 크니까 한 마리도 못 팔게 하고… 그게 가치가 70억이나 되는데 1억 얼마인가 보상 줬어. 하나에 10만원씩 준다더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후 방역 기준은 3km→1km로 변경됐지만 소급 적용 없음이 남았다. 그러나 이 위기는 역설적으로 사육에서 원료, 원료에서 기능성 물질로 이어지는 가치 사슬 전환을 가속했다. 토종닭 스토리는 여기서 동물복지형 사육과 프리미엄 유정란(가격 경쟁력은 낮아도 품질로 승부), 면역·풍미를 높이는 사양(미생물 발효제·영양 성분 사료, 자연 방사)같은 현장의 디테일로 이어졌다. 토종닭은 산업의 출발점이자, 식량 안보·종자 주권을 둘러싼 국가적 자산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고센의 전환은 닭에서 알(卵)로, 알에서 난황유, 난황유에서 레시틴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사슬을 산업의 사슬로 치환하는 일이었다. 1999년, 고센바이오텍은 본격적인 연구개발 끝에 난황에서 고순도 레시틴 추출에 성공했다.
“난황에서 레시틴까지”
연구동의 밤, 초임계 그리고 제품이 된 과학
고센의 전환은 닭에서 알(卵)로, 알에서 난황유, 난황유에서 레시틴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사슬을 산업의 사슬로 치환하는 일이었다. 1999년, 고센바이오텍은 본격적인 연구개발 끝에 난황에서 고순도 레시틴 추출에 성공했다. 난황 속 매우 적은 양의 인지질을 공업적으로 뽑아내기 위해선 용매·압력·온도의 정밀 제어가 관건이었다.
2003년, 간호사 출신으로 서울대병원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했던 김예경 대표가 CEO
로 합류하면서 연구는 가속도가 붙었다. 그는 독일 초임계기술 심포지엄에서 안드레아스 웨버를 만나 연구소장으로 영입했고, 추출 공정은 슈퍼크리티컬(초임계) → 저잔존·고순도 정제 → 밸리데이션으로 고도화되었다. 김 대표 한 인터뷰에서 당시의 성과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제품은 일반 DHA에 비해 흡수가 4배 가까이 빠른 고순도 레시틴이 결합된 DHA를 개발, 효능을 높였다… 레시틴은 난황에 양이 적고 추출이 까다로워 고난도의 기술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우리 회사가 개발했다.”
공정 측면에서 고센은 난황에서 95% 레시틴 정제역량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 결과물은 건강보조식품(40% 이상 함유)과 유아용 분유 첨가물(매일유업 공급)등으로 이어졌고, 식약처 ‘건강기능식품공전’ 등록으로 제도권의 문턱도 넘었다.레시틴 결합 DHA는 두뇌의 주요 구성 성분인 DHA의 흡수 속도 4배, 두뇌 이용효율 최대 21배(연구 결과)라는 수치를 내놓았다. 회장은 생활의 언어로 덧붙인다.“우리가 이 독점하는… 뇌에 포커스가 뇌가 먹는 밥이고, 혈관 청소부니까는… 참 좋은 물질이에요. 이거를 먹으면 뇌가 어린애 뇌… 우리 양수가 레신이고 난자의 정액이 레신입니다. 10살까지는 90%가 뇌신이 있는데… 그 다음부터 줄어서 중년이 되면 10% 남아서… 뇌질환 때문에 다 죽는 겁니다.”공정 측면에서 고센은 난황에서 95% 레시틴 정제역량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 결과물은 건강보조식품(40% 이상 함유)과 유아용 분유 첨가물(매일유업 공급)등으로 이어졌고, 식약처 ‘건강기능식품공전’ 등록으로 제도권의 문턱도 넘었다. 레시틴은 연간 약 30만 톤 규모의 세계 유화제 시장에서 40%를 차지하는 대표 원료로 알려져 있고, 인체에서는 세포막의 유동성·물질 교환에 관여해 혈행 개선·항산화·인지 기능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된다.
“로드맵은 기술의 문장”
연구와 사업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도록
회사는 단기 SKU 확대보다 국산 원료 가치사슬의 선순환을 우선한다고 밝힌다. 토종닭–알–난황 레시틴으로 이어진 축을 더 촘촘히 하되, 파이프라인은 기능성·연령 맞춤·범주 확장으로 전개한다.
핵심은 네 갈래다. 첫째, 난황 단백질 기반 신소재 연구를 고도화해 인지질과의 복합 설계를 정밀화한다. 둘째, 커큐민–인지질 복합체신규 기능성 포트폴리오를 추가한다. 셋째, 유아·시니어 맞춤 건강식품 라인을 넓혀 연령 특이적 흡수·대사에 대응한다. 넷째, 인지질 기반 코스메틱 원료를 확대해 식품–바이오–뷰티를 잇는 응용 폭을 키운다.
창업자의 멘트로 로드맵의 목적이 요약된다. “토종닭에서 알, 알에서 난황, 그리고 레시틴까지 이어지는 국산 원료 기반 선순환이 곧 국가적 자산입니다. 고센은 생명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이경용 회장은 회사에 대해“이것이 저의 존재 이유이고, 저의 확신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센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센을 운영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센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려고 합니다.”(사진 공학저널)
“사람다운 사람”
이윤의 문장보다 사람의 문장
숫자보다 사람, 이익보다 책임
이경용 회장의 경영 담론은 숫자표로 시작하지 않는다.
“한국사람이 인간을 사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관심도 더 많습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사람과 책임에서 찾는다.
“사회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은 믿음이 있어야 돼요… 영혼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처럼… 하나님을 모르는 삶을 살면 결국은 티끌처럼 하루살이 인생 살다 죽는 겁니다.”
후배 기업가에게 남기는 말은 짧다. “사람다운 사람 되라.”
철학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아가페 사랑, 조건 없는 사랑… 나눌 수 있는… 원수를 포용할 수 있는…
동시에 그는 문명의 탐욕을 경고한다.
“지구… 자연을 너무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원인이 뭐냐면 탐욕… 하나님 사랑은 나눔인데… 전부 적반하장이 된 거예요. 양심이 화임맞았다는 겁니다. 짐승화됐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의 계획은 숫자가 아니라 거리의 은유다.
“그래서 저는 평생 이 길을 갑니다. 이것이 저의 운명입니다. 이것이 저의 소명입니다. 이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그리고 회사의 정의를 다시 묻는다.
“이것이 저의 존재 이유이고, 저의 확신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센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센을 운영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센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려고 합니다.”
고센의 다음 과제도 그 연장선에 있다. 증거로 말하는 신앙, 데이터로 말하는 경영.그 교차점에서, 한 사람의 문장이 한 회사의 전략이 된다.그 중심에 창업자 이경영 회장이 있고 그가 꿈꾸는 세상이 있다.
토종닭 울음에서 레시틴 분자까지, 한 방향의 시간
인터뷰가 마무리 될 즈음에도 여름 장마는 여전 했다. 고센의 이야기는 체험→복원→공정→제품→로드맵으로 이어지지만, 방향은 하나다. 죽음을 조금이라도 멀리 밀어내고, 생명을 실제 성과로 회복시키는 것.
토종닭이라는 종(種)의 보존에서 난황 레시틴이라는 분자(分子)의 정밀 공정까지, 신념은 기술이 되었고 기술은 제품이 되었다. 종교적 신념이 기업을 만들었다면, 이제 그 신념은 국산 원료 가치사슬과 기능성 파이프라인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고센의 다음 과제도 그 연장선에 있다. 증거로 말하는 신앙, 데이터로 말하는 경영.그 교차점에서, 한 사람의 문장이 한 회사의 전략이 된다.
그 중심에 창업자 이경용 회장이 있고 그가 꿈꾸는 세상이 있다.